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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단 한 장의 인생설계도

간천(澗泉) naganchun 2015. 3. 29. 19:52

단 한 장의 인생설계도

 

 

 

부모님은 자신이 뜻을 세우고 그 직업을 선택하고 그 직업을 가진 사람이 사는 방식으로 살기를 결단하고 그 길로 들어섰다. 오로지 그 한 길에서 다른 곳 기웃거리지 않고 묵묵히 열심히 성실하게 하루 하루 걸어 오셧다. 고단하고 지루하기도 하겠지만 마디 마디 찾아오는 다양한 설렘과 기쁨으로 견뎌 오신 것 같다. 밥벌이의 고단함을 이겨내고 그 경력의 끈이 끓어지지 않게 부단히도 애를 쓰며 투쟁을 하신 것이다.

 

직장에 나가는 일, 그 직업에서 먹고 사는 일, 가족을 부양하는 일, 그리고 무엇을 하며 일생을 살아왔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커리어 로드맵을 가슴에 간직하고 계신 것이다.

 

나는 지금 생각한다. 이제야 생각한다. 그래도 이제라도 생각해서 다행이다 싶다.

어릴 때는 지루한 일상을 반복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들썩거리는 성향 때문이다. 차분하게 뭘 잘 못하는 성격인 것이다.

 

언젠가 성격유형검사인 애니어그램이라는 진단을 해보니 나는 4번 유형이 나왔다. 4번 유형은 가슴중심으로 예술가형이라고 한다. 내성적이고 낭만적인 유형이다. 자신을 잘 알며 감수성이 예민하고 말이 없다. 감정적으로 정직하며 창의적이고 개인적이다. 평범한 삶의 방식을 싫어하기도 한다. 마음이 따뜻하고 이해심이 많고 사람들을 뒷받침하고 도와주는 장점이 있으나 질투심익 강하다고 한다. 나를 잘 설명해준다.

 

그래서인지 현실감각이 부족해서인지 나는 직장을 여러 곳 기웃거렸다. 부모님에 비해서 말이다. 하지만 나의 경력에 대해서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꼭 들쑥날쑥 조각 조각 이어간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 한 장의 인생설계도를 그려놓고 보니 한 가닥으로 이어진 길이 보였다. 보통 인생설계도는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 작성한다. 요즘은 학교에서 많이 지도할 것이다. 나는 철이 없었고 앞에 닥친 생활에만 집중하다 보니 큰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그려 보았다. 그랬더니 나도 지조있게 지켜 낸 맥락이 있었단 말이다. 홍보, 방송일, 언론사일, 예술 문화를 기획하는 일등에 일관되게 종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경력의 끈을 끓지 않고 가늘게라도 이어온 셈이다. 참으로 다행이다.

 

이제 다시 단 한 장의 인생설계도를 그려보려 한다. 이제까지의 길을 지표삼아서 말이다. 반쪽짜리 그림이 될지라도 앞의 것과 이어 붙여서 한 장을 제대로 완성해 볼 요량으로 말이다.

이젠 부모님처럼 살지 못함에 대해서, 부모님과 같은 성실한 삶을 닮지 못한 것을 후회 한탄하면서도 다시 시작을 하려 한다. 부모님의 그 아름답고 숭고한 삶을 거름삼아서 이제 재출발이다.

리타이어(은퇴 ; retire)가 아니고 리스타트(재출발 ; res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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