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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간천(澗泉) naganchun 2015. 3. 1. 17:13

 

 

오늘은 난데 없이 벽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그동안 벽에 대해서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가고 싶은 곳에 못가도 벽이 가로 놓여서, 하고 싶은 것을 못해도 벽 때문에, 능력이 없어도, 사람과의 대화가 잘 마음대로 되지 않아도 가운데 벽이 있어서 하면서 벽 탓을 해댔다.

그래도 벽은 온갖 불평과 불만의 에 대해 묵묵히 가만히 거기 서 있었다.

우리를 가로막는 것을 장벽이라고 생각하면서 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 벽을 가만히 보았다. 여기 저기 벽이라는 곳들을 둘러 보았다.

벽은 수도꼭지를 우리에게 내어 주었다. 벽은 우리에게 어떤 코드선이든 꼽아라고 한다. 둥근 돼지코구멍 같은 구멍을 드러내고는 이 곳이야라고 하면서 전기를 무한정 공급할 태세 만반이다.

벽은 지저분한 선들을 감추어준다. 벽은 못이 들어와도 견딘다. 우리가 걸고자 하는 허영들을 그 무게를 견뎌준다. 우리의 부담을 함께 감당해 준다. 벽은 그 안에 온갖 파이프 라인을 달리게 하고 소통하게 한다. 벽은 지저분한 것을 가려주기도 한다. 벽은 가끔 창문을 지탱하면서 밖으로 문을 열어준다. 벽은 사지육신이다.

 

우리는 벽에 기대어 앉기도 하고 벽을 기준으로 해서 물구나무 서기도 한다. 벽이 참 고맙다.

벽은 나의 든든한 이다.

 

벽이 없다고 생각해보자. 벽이 없는 세상은 무한이다. 우리 인간은 벽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다. 내가 사는 방과 다른 방을 구분해주고 내가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것도 마음놓고 볼 수 있게 가려준다. 벽은 이집과 저집을 구분해서 다름을 다르게 살게 허용해준다. 추위도 막아주고 더위도 가려준다.

 

그런 벽에게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 벽!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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