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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노벨문학상과 글쓰기

간천(澗泉) naganchun 2014. 10. 12. 15:25

노벨문학상과 글쓰기

 

 

 

 

 

얼른 바쁘게 보지 말고

오래 보고 고요히 생각하여

꼭 맞는 표현을 찾아내고

 

어디까지나 자기가 신경으로 느끼어 보고

자기에게서 솟아나는 정서를 찾아

그것으로 글을 만들 것이다.

 

 

내 책상 앞에 붙여 놓은 글이다. 고요히 생각하여...

깊이 넓게 생각하지 않고 함부로 뱉어내는 생각을 갈겨쓰지 말아야지 하는 각오로 써 붙여 놓은 글이다. 이 글은 우리나라 구한말부터 글쓰기를 가르쳐 온 어느 작가의 글이다. 지금 이 분이 누구인지 까먹어버렸다. 그 분은 자신이 직접 글을 쓰는 문인이면서 그 격동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 글을 잘 쓰게 하기 위해서 신문 같은 곳에 글을 쓰는 일에 대해서 투고도 하고 하는 지식인이었다.

 

노벨상의 시즌이다. 나에게 노벨상은 단연 문학상이다. 이번에는 파트릭 모디아노라는 프랑스작가가 되었다. 그 작가의 소설 중에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라는 책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조금 읽다가 그만둔 책이다. 이제 다시 꺼내어 읽어 보려한다. 이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기 때문에 읽어보려 하는 것이다. 잘 읽어지지 않아 덮어두었던 책을 다시 읽게 되는 새로운 계기가 되어 주는 것이 노벨문학상이다. 얼마나 쟁쟁한 사람들이 심사를 하고 읽어보고 해서 정한 상이겠는가 말이다. 그러니 꼭 읽어야 할 판이다.

 

우리에게는 반전이 필요하다. 심심하고 주변은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이지만 일상은 그렇고 그런 날들의 연속일 때 반전은 활력소가 된다. 반전은 소설에 꼭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반전은 우연한 사건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반전은 꼭 어떤 획기적이고 놀라운 일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감정의 흐름 선상에서 느낀 우연한 생각이나 아이디어, 감동이 반전에 속하지 않는가 생각한다. 그동안 가져보지 못한 생각이나 마음, 감정 같은 것을 새롭게 느끼거나 새삼 느끼거나 해서 마음이 움직여질 때 그런 것이 우리 일상에 필요한 것이다.

 

노벨문학상은 반전이다. 아주 오래 전에 발표된 작품이었지만 잊혀 지고 있다가 노벨상을 계기로 다시 세상의 주목을 받고 사랑을 받게 된다. 그런 작품을 읽어볼 때 우리는 일상 속에서 한 차원 격상되는 듯한 느낌을 통해서 반전을 겪는 통쾌한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 해에 딱 한 사람의 작가나 하나의 어떤 것에만 주어지는 상이라는 것 역시 반전일수도 있다. 거부할 수 없는 흐름 같은 것 말이다. 우리 인류가 정한 규칙이지만 어떤 해에는 정말 파격적인 반전을 선보이는 발표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예를 들면, 대륙별로 한 작가씩, 혹은 12인의 작가그룹이라든가, 혹은 500년 전의 작가라든가, 어떤 소재나이슈를 다룬 책을 쓴 작가라든가, 혹은 최연소 작가의 작품이라든가, 뭐 그런 식으로 말이다.

 

그래도 변해서는 안 되는 것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반되어서는 안되는 규칙같은 룰이 꼭 필요하다. 그것이 바운다리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어떤 한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고수해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이다. 반전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 필요하다. 일관되게 흐르는 큰 흐름, 변치 않는 것은 꼭 필요하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쓰고 얼른 바쁘게 보지 않고 오래 보고 고요히 생각하여 찾아낸 글들, 자기에게서 솟아나는 정서를 찾아 글을 쓰고 진정성으로 도배된 글이어야 한다는 점은 꼭 고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작가의 인생 송두리째 뭉근히 고아진 곰국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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