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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왕좌 술래 놀이 ‘-- 이런 ‘왕’이 사는 나라

간천(澗泉) naganchun 2014. 9. 21. 20:49

왕좌 술래 놀이 ‘-- 이런 ‘왕’이 사는 나라

 

 

옛날 왕궁을 둘러보면 방들이 많다. 궁궐은 임금님과 신하들이 업무를 보는 공간보다도 더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왕의 식솔들을 모시기 위한 공간이 많았다는 점이다. 왕의 가족과 그 가족을 모시고 시중들어야 하는 신하들의 기거하는 공간들이 많아야 했기 때문이다. 왕 한명을 위해서 이렇게 많은 공간과 시설이 필요한 거구나 하고 생각을 하면 조금은 낭비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백악관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서쪽건물과 동쪽건물로 나뉘어서 각각의 공간은 대부분 대통령을 보좌하는 업무를 위한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 대통령은 과연 어느 방에서 사는 것일까? 백악관의 어느 부분에는 대통령의 아파트처럼 방과 거실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대통령도 대통령이 되기 이전에는 자기의 가족과 함께 지내는 공간에서 스스로 부엌에서 물도 마시고 했기 때문에 역시 백악관 내에도 대통령 가족들이 일반 가정에서처럼 취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백악관 전체를 대통령과 그 가족이 통째로 마음껏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그 곳의 어느 한 부분만을 일정기간 세 들어 사는 사람들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이런 왕을 뽑는 나라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해 보았다.

 

그 상상의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왕이 되고 싶지 않아서 숨어 지낸다. 그 나라의 왕이 되면 정말 신하가 되어서 자기의 소유를 다 나라에 내 놓아야 한다. 그리고 혼자 어떤 기관으로 들어가서 원룸 같은 오피스텔에서 잠만 잔다. 그 이외의 시간에는 그 왕과 그 왕을 도와서 나라 살림을 꾸리는 신하들이 업무를 보는 공간에서 지낸다. 이 왕은 소유를 할 수 없다. 임기 동안 월급은 받지만 저축은 할 수 없다. 모두 필요한 경비 이상은 모두 나라에 환원이 되거나 어려운 일을 위해서 자동 기부가 되어버린다. 가족들과 떨어져서 지내고 가족들은 호사를 누릴 수 없다. 특권을 누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나라의 왕은 국민들로부터 무한한 사랑을 받고 따뜻한 지원을 받지만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는 용사같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이런 나라의 왕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누구이겠는가? 누가 이 나라의 왕이 되고 싶어 하겠는가 말이다. 물론 그래서 이 나라에는 선거제도가 없다. 추천제도만이 있을 뿐이다. 누군가가 추천을 하면 그 사람은 자기 뜻에 상관없이 왕이 되어야 한다. 선택의 여지는 없다. 많은 추천을 받은 사람이 왕이 되는데, 그 힘들고 고된 왕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제도를 바꾸면 어떨까? 왕이 되려고 통치자가 되려고 너도 나도 아우성치는 세상이 아니라, 왕이 되지 않으려고 그저 조용히 자기 할 일만을 묵묵히 하거나 튀지 않으려고 숨죽이고 사는 세상에서 그래도 누군가가 추천을 해버리면 까딱없이 왕으로서의 임무를 행해나가야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자기에게 유익하지도 않은데 왕 노릇은 제대로 하겠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런 경우에 보상은 무엇으로 해주면 좋을까?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왕이 되면 딱 그 임무를 잘 수행하려고 마음을 다잡고 충실하게 역할을 다하는 인물이 사는 세상. 어디 그런 세상 없나? 어젯밤에 내가 꾼 꿈 속 이야기다. 뭔 꿈인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