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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제주도는 조각파이가 아니다?

간천(澗泉) naganchun 2014. 8. 31. 17:21

제주도는 조각파이가 아니다?

 

 

제주도에 가는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제주도 상공에 가까워지면 구름 아래로 바다 한 가운데 동그란 섬이 보인다. 점 점 내려가다 보면 그 섬이 조각 조각 돌담으로 구역을 나눈 초록색 밭들이 빼곡이 들어선 지대도 보인다. 땅을 구역지은 돌담들이 뚜렷한 선을 이루어 아름답다. 마치 한땀 한땀 정성으로 기운 장인정신으로 만든 조각보 같기도 하다. 자연과 제주 사람들의 생활이 만든 아름다운 풍광이다.

 

제주라는 하나의 동그란 땅이 조각 조각 피자파이 잘라 내는 것처럼 그리 되어가는 것 같은 뉴스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제주 특유의 검정 현무무암 돌담으로 나누어진 밭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싹뚝 싹뚝 스테이크 고기 잘라서 입으로 가져가는 거인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서부개척시대의 땅 따먹는 일도 아닌데 이 조그만 땅덩어리를 왜 보존하지 못하고 주체못해  난리란 말인가.

 

제과점에 가면 동그랗게 생긴 케잌이나 맛난 파이들이 있다. 통째로 하나 다 사는 것은 비싸다거나 다 먹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조각을 내서 팔기도 한다.

 

제주도는 둥그랗게 생겼다. 잘 풀어놓은 계란 후라이 같기도 하다. 계란 노른자위처럼 섬 한가운데 한라산이 우뚝 솟아 있다. 그 제주도를 피자파이 조각 내서 나누어 먹듯이 되어가는 양상이다. 중국 사람들이 제주도 땅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크 걱정이다. 땅을 소유한 사람이 그 현지인이 아닐 경우 더더욱 그 국적이 아닐 경우 큰 걱정거리가 아니란 말인가?

 

나는 제주도 출신이다. 제주도를 떠나 타지에서 사는 제주도 사람이다. 뼛속까지 제주도 비바리다. 그런 나도 제주도 땅 한 조각 가지지 못했는데 중국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땅을 차지해가고 있다니 우려가 된다.

 

예전에 제주도에 있는 업체에서 일을 잠시 할 적의 일이다. 사장님이 회사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 전 사원 아이디어를 내라는 숙제가 있었다. 그 때 나는 타지에 나간 제주인들이 한 건씩 본사의 것을 이용하게 하면 된다고 했다. 그만큼 제주 사람들은 제주를 떠나서도 고향에 대한 애착이 있기 때문에 잘 도울것이라 생각했었다.

 

예전에는 섬이 싫어서 더 큰 곳에서 놀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육지로 나간 세대들이 있었다. 타지에 성공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해서 성공해서 떳떳하게 고향에 다시 터를 잡거나 고향을 더욱 좋게 하는 일에 기여하는 사람들도 많다.

 

제주에 가끔 가보면 제주는 몰라보게 발전하고 있다. 갈 때마다 새로운 건물이 생기고 새로운 타운이 생겨나고 새로운 문화가 꽃을 피운다. 오히려 본토에서 제주로 가는 타향민들이 많다. 그곳에서 사업을 일으키고 성공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땅을 사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 제주도가 너무 밀집지역이 되고 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 아름다운 자연들이 개발되고 한라산 높이만한 빌딩숲들이 들어서서 저 멀리 바다 한가운데서 제주를 바라보면 온통 기계문명의 걸작품들이 즐비한 도시산업사회의 모양을 한, 공상과학 만화영화에 나오는 모습으로 변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도 해본다. 공항 지을 자리가 없어서 바다 위에 활주로를 건설하고 말이다.

 

제주도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제주도를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는데 실 소유주들이 뒤에 웅크리고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 주인행세를 해댈까봐 착잡하다. 우리나라의 영원하고 유일한 오아시스가 위태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