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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나의 명절 증후군

간천(澗泉) naganchun 2013. 2. 18. 03:55

 

나의 명절 증후군

 

 

 

72시간을 거의 내내 누워 있었다.

명절 연휴 뒤 화요일에 하루 종일 중요한 일과가 있어서 명절 전부터 그 일과를 신경 쓴 탓인지도 모르겠다. 아침부터 학교로 항하여 실습을 하고 점심은 실습을 마치는 기념으로 교수님과 점심을 함께 했다. 교수님을 모시는 자리여서 그룹원이 함께 돈을 모아 일식집에 갔다. 그 점심시간에 나 온 회가 잘못된 것인지, 너무 급하게 먹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날 모임에서 한 그룹원은 자신은 건강을 위해서 하루에 세 번씩 한 끼마다 비타민씨를 3천씨씨(알약으로 3개)를 먹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빳던 몸의 수치들이 정상으로 돌아와서 비타민씨를 꼭 먹어야 한다고 연신 말하며 모인 사람들에게 두 알씩 나누어주고 식사 중간에 먹으라고 권유를 한다. 보통은 하루 한 알이 권장양인데 그때 하도 권하길래 한꺼번에 씹어서 두 알을 먹은 것이 위점막에 영향을 준 것인지도 모른다. 집에 와서 콧물이 줄줄 흐르고 속이 매스껍고 어지럽고 혼이 났다. 그 다음날 아침 바로 병원으로 갔다. 독감이려니 하고 이비인후과로 갔는데 배까지 아프다면 내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내과에서 증상을 말하니 바로 ‘장염’이네요 라고 한다. 금식이다. 금식하거나 약을 먹을 때 물을 약간 마시는 정도. 혹은 미음을 먹는 정도로 하라고 한다. 그렇게 거의 예기치 않게 단식을 하게 되고 종일 누워있어야 했다.

 

 

부모님과 통화할 때는 독감이라고 말씀드렸다. 지금 괜찮아진 상황에서 말을 하는 것은 그렇게 내가 헤매는 시간에 부모님 역시 아프셨다. 아버지는 간 수치 때문에 맘 고생을 하시고 엄마는 치아로 인하여 큰 고통을 당하고 계셨다. 틀니는 하셨지만 사용하기 불편해하시고 그냥 이로 음식을 잡수신다. 음식을 씹지는 못하고 드시는 둥 마는 둥 그냥 꿀꺽 삼키시는 방법으로 식사를 치르시는데 그 고통이 마음 아프다. 결국 그날에는 결단을 하시고 흔들리는 이를 빼고 오셨다고 한다. 퉁퉁 부은 상태로 ‘네 몸은 괜찮냐?’라고 하신다. 온통 자식 걱정이시다.

 

 

연로하시고 나서 어디 이런 고통 말고 다른 통증이 없겠는가마는, 지금 바로 치루고 있는 전쟁이 엄마는 뼈와 이에 관한 것이고 아버지는 간과 대장에 관한 것이다. 그 몸속의 장기와 기관들과의 전쟁을 전쟁이 아닌 방식으로 온화하게 치르려고 슬슬 달래고 계신다. 평화롭게 통증과 공존을 도모하고 계신다.

 

 

나는 이제껏 내 몸을 천하장사쯤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몸의 소리에 무심했다. 명절연휴에 바로 이어진 아픔이어서 ‘명절증후군’ 이라고 하는데 그것도 맞는 말이다. 어쩔 수 없이 구겨가면서 할 때 몸도 마음도 허물어진다. 먹는 것이라고 몸 속에 마음대로 이기적으로 쑤셔넣지 말아야겠다. 좀 더 생각하면서 순리대로 섭생을 해야 하겠다.

 

 

72시간이 지나고 나의 통증은 가라앉았다. 이불 속에서 나왔다. 그러나 그 시간 내내 부모님들은 빨리 끝나지 않을 고통들과 고스란히 지루한 접전을 치루고 계셨으니. 그 생각만 하면 할수록 누워서 빌빌거린 내 자신이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 모두가 각각의 시간 선상에서 오롯이 제 상황들을 견뎌내고 계시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기운 차리고 새 날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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