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빵집과 할머니 바리스타
내가 학교 가는 길에 가끔 들르는 빵집이 있다. 나는 워낙 빵을 좋아하고 빵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 빵집은 아마도 20년은 더 된 듯 하다. ‘00당 빵집’이다. 대학가 후문 큰길가에 위치한다.
고즈넉하게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시골 빵집이다. 최근에 내부 장식을 새로 하여 신장개업을 한 상태이다.
그 빵집에서 서너 집 건너 길 삼거리 모퉁이에는 유명체인 빵집이 포진해 있다.
나는 왠지‘ 00당 빵집’으로 향하게 된다. 들어서면 매장이 그리 넓지는 않지만 빽빽이 각종 빵이 누워 있다.
가게 안에 대부분 주인이 없다. ‘계세요?’ 라고 하면 할아버지가 옆문으로 들어오신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부스스하게 스~윽하고 나타난다. 내가 사는 것은 갓 튀겨낸 꽈베기 도넛이다.
700원이다. 나는 그거 하나와 아메리카노 커피를 주문한다. 1500원이다.
주문하면 할아버지 주인은 천천히 계산기를 두드린다. 그리곤 다시 옆문으로 사라진다.
나는 빵을 담은 쟁반을 들고 한 쪽에 마련된 탁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앉는다. 한참 뒤에 할머니가 나타난다.
할아버지 보다는 조금 원기 있어 보이는 분이다.
커피머신으로 가서 커피를 만든다. 젊은 바리스타들이 하는 것처럼 느리지만 커피를 뽑는다.
아마도 이 기계를 할아버지는 다루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게 한 참 뒤에 나온 커피를 마시고 빵을 먹고 빵집 내부를 보다가 학교로 향한다. 잠시라도 체재하는 손님은 거의 나 혼자다.
이 집이 장사가 되나? 가끔씩 학생들이 들락거린다. 아주 가끔씩이다.
나는 물어봤다. 이 빵집은 지하에 빵 공장이 있고 수 십여 가지 빵을 직접 아들이 만든다고 한다.
단체주문이 많아서 그거 감당하기가 바쁘다고 한다. 매장에는 상시 상주하지 못하고 지하공장을 오가면서 일을 거드는 듯 하다.
완전히 가내수공업이다.
언젠가는 내가 긴 탁자에 앉아 있는데 6명이나 되는 소그룹이 들어왔다.
무슨 간단한 미팅을 할 모양이어서 내가 자리를 양보하고 구석으로 가서 앉아 손님들과 주인과의 교류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카페라떼와 같은 조금 복잡한 음료를 6잔 주문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부르러 내려가고 교대로 할머니(빼빼마른 역시 부스스한) 가 올라왔다.
그러더니 그 커피는 약 30분 뒤에 완성이 되었다.
그것도 (한참 빵을 만들다 올라 온 듯) 아들이 와서 거들어서야 겨우 6잔이 완성이 되었다. (아마도 처음 만든 것은 식었을 것이다.)
하루는 옆에 있는 유명 체인빵집에 가보았다.
젊은 스탭들이 똑같은 옷을 입고 분주하게 연신 구워져 나오는 빵을 정리하고 배치하느라 여념이 없다.
잔잔하게 밝은 음악이 흘러나오고 손님들의 출입도 잦다. 일단 경쾌하다. 빵냄새도 솔 솔 풍긴다. 바로 옆에서 굽기 때문이다.
베이커리의 향기와 분위기가 유럽 거리 카페같다. 낭만적이다. 빠른 솜씨로 만들어지는 커피는 3000원이다.
순간 옆집과 단순비교를 해본다. ‘00당 빵집’의 매력은 슬로우인가? 맛도 체인점과 그리 차이는 없다.
비슷하다. 서비스업에는 젊은이가 포진해 있어야 하는 것인가?
할머니 할아버지의 오랜 정성의 맛은 상품가치로서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인가?
장인정신으로 유명한 일본이나 유럽의 노점포들이 살아남고 번성하고 회자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객이 줄을 잇는다는 작은 가게의 그 비결이란 무엇인가?
가게의 인테리어의 탈바꿈이 문제가 아닌 것 같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매너리즘에서 벗어나야 할까?
표정이 묵직하고 여유롭게 느린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가게를 지키고 손님을 맞이해 주었으면 좋겠다.
주인이나 종업원이 아무도 없이 빵들만 쳐다보는 곳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손님이 와도 그만 안 와도 그만인 듯한 느낌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팔딱거리는 생선가게는 아니더라도 더 활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젊은이 하나 아르바이트로 고용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요새 골목상권에 대한 뉴스가 연일 나오니 걱정인 것이다.
어쨌던 ‘00당 빵집’에 나는 계속 갈 것이다.
왠지 뭔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작은 고민을 하면서 요리저리 살필 것이다. 노점포의 살아남기 힌트를 찾아서. *
'단상 > 월요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3년 서울국제마라톤을 뛴 부부의 일기 (0) | 2013.03.18 |
---|---|
청년인턴으로 일단 시작하자! (0) | 2013.03.11 |
통째로 가져갈래? (0) | 2013.02.25 |
나의 명절 증후군 (0) | 2013.02.18 |
나이 먹는 날 (0) | 2013.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