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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감상/중국 한시

秋怨(추원)

간천(澗泉) naganchun 2011. 9. 9. 07:20

 

秋怨(추원)

 

 

당/唐 어현기/魚玄機

 

自歎多情是足愁(자탄다정시족수)

況當風月滿庭秋(황당풍월만정추)

洞房偏與更聲近(동방편여경성근)

夜夜燈前欲白頭(야야등전욕백두)

 

--가을을 원망하여--

 

다정함이 한없이 쓸쓸하게 함을 스스로 한탄하였건만

하물며 당연한 듯 바람과 달이 가을 정원에 가득하네.

홀로 있는 규방 가까이 인경 소리 들리니

밤마다 등불 앞에 흰머리만 늘어가려 하구나

 

*족수(足愁)-한없이 쓸쓸함. 충분한 걱정. *동방(洞房)-규방. *편(偏)-곤란하다. *경성(更聲)-시각을 알리는 종소리. *탄(歎)-탄식하다. *다(多)-많다. *정(情)-정. 뜻. *족(足)-족하다. *수(愁)-걱정. *황(況)-하물며. *당(當)-마땅하다. *만(滿)-가득 차다. *정(庭)-뜰. *추(秋)-가을. *동(洞)-고을. *방(房)-방. *편(偏)-치우치다. 간사하다. *경(更)-경점하다. *성(聲)-소리. *등(燈)-등불.

 

감상

 

한스러운 것은 자신이 다정하기 때문에 한없이 쓸쓸함이 일어나는 것이다. 하물며 오늘 밤에는 뜰 가득히 가을바람이 불고, 달빛이 비치니 더욱 쓸쓸하다. 게다가 더 힘든 것은 여자 홀로 있는 규방 가까이 시각을 알리는 인경소리가 들리는구나. 밤마다 등불 앞에서 이 소리가 들린다면 흰머리만 늘겠구나.

제 1구는 작자의 다정다감한 마음의 독백이다. 연인이 그리운 마음 한없음을 읊고, 후반에서는 독수공방하며 밤새도록 인경소리를 들어야 하는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다.

 

작자

어현기(魚玄機)(843-868)

 

당나라 만당기의 여류시인으로서 자는 유미(幼微), 혜란(蕙蘭)이라 한다. 당시 수도였던 장안(長安)의 창가(娼家)에서 창기의 딸로 태어났으나 용모가 매우 아름답고 총명하였으며, 독서를 좋아하고, 시에도 능하였다. 그녀 나이 13세에 이미 어가소녀시(魚家少女詩)를 지었다. 본래 어현기(魚玄機)는 고귀한 기질을 타고난 여인이었다. 미모와 시의 교묘함으로 이름을 올려 18세에 홍문관(弘文館) 학사인 보궐(補闕-금에게 간언하는 벼슬) 이억(李億)의 첩으로 들어갔다가 본처의 시기로 헤어져 도교(道敎)의 사원인 함의관(咸宜觀)으로 들어가 여도사(女道士=도교의 니승)가 되었다. 당시 여도사는 일반 부인들과는 달리 남성들과 자유롭게 접할 수가 있어 어현기는 사교계에서 독특한 지위를 차지하였다, 이곳에서 그녀는 방종한 생활로 유명한 젊은 시인 온정균(溫庭筠=850년을 전후하여 활동한 문인)을 만났다. 그때 그녀가 썼던 시로 ‘동야기온비경(冬夜寄溫飛卿=겨울 밤 온비경에게 부침)’이 있다.

그녀의 성품은 그녀가 첩으로 들어갔던 이억에게 써준 ‘이억원외(李憶員外)’란 시 가운데에서 잘 드러난다. 곧 “진귀한 보물은 구하기 쉬우나, 나를 사랑해 주는 낭군은 얻기 힘드네.(易求無價寶,難得有情郞)”라는 것인데, 그녀는 이 시로 더욱 유명해졌다. 그녀는 중국 만당(晩唐)의 여류시인으로 설도(薛濤)와 쌍벽을 이룬다.

후에 자신의 애인인 이근인(李近仁)과 하녀 녹교(綠翅)와의 사이를 의심하고 하녀를 때려죽인 죄로 사형에 처하여졌다. 이때 그녀의 나이 불과 25세였다. 그녀의 작품은 염정(艶情)을 섬세한 필치로 표현한 것이 많으며, 장안의 명사들과 시로써 교제가 많았다. 특히, 시인 온정균(溫庭筠)과의 교제는 유명하며, 작품집으로 <당여랑어현기시(唐女郞魚玄機詩)>1권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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