尋胡隱君(심호은군)
명/明 고계/高啓
-호은군을 찾아서-
물을 건너고 다시 또 물을 건너
꽃을 보며 다시 또 꽃을 보았네.
봄바람 솔솔 부는 강가의 길을 따라
모르는 새에 그대의 집에 다다랐구나.
渡水復渡水(도수부도수)
看花還看花(간화환간화)
春風江上路(춘풍강상로)
不覺到君家(불각도군가)
*호은군(胡隱君)-호라는 성을 가진 은자. <은군>은 은자의 경칭. *환(還)-다시. *강상(江上)-강가. *도(渡)-건너다. *부(復)-다시. *간(看)-보다. *풍(風)-바람. *로(路)-길. *각(覺)-깨닫다. *도(到)-이르다.
감상
강을 건너고 다시 강을 건너서 꽃을 보며 다시 꽃을 보며 봄바람이 부는 강가의 길을 따라 가다보니 어느새 호은군의 집에 이르렀구나.
전반 2구에서는 같은 구중에서 같은 시어를 반복하며 대구를 이루고 있으니, 제1구에서 <도수부도수(渡水復渡水)> 제2구에서는 <간화환간화(看花還看花)>의 <도수(渡水)>와 <간화(看花)>의 반복, 그리고 같은 의미의 음이 다른 글자 곧 <부(復)>와 <환(還)>을 써서 고풍스러우면서 소박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리고 같은 음을 반복하는 데서 음률이 부드러움을 이루었다. 그러면서 물 많은 고장의 한가로운 봄 풍경을 그려놓아 제 4구의 배경 구실을 하고 있다.
후반에서는 봄바람에 몸을 맡겨 마음 내키는 대로 많은 꽃을 보면서 물가의 길을 따라 거닐다보니 모르는 사이에 가고자 하는 호은자의 집에 다다랐다고 노래한다. 은자와의 만남에는 시간 약속 같은 것은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작자
고계(高啓)(1336-1374)
명나라 시인이다. 자는 계적(季迪), 원말에 장사성(張士誠)의 난을 피하여 소주(蘇州) 교외의 청구(靑邱)에서 살았다 하여 호를 청구자(靑邱子)라 했다. 강소장주(江蘇長州)(소주/蘇州) 사람이다. 1369년에 원사(元史)의 편찬에 참여하여 호부시랑(戶部侍郞) 벼슬이 주어졌으나 고사하고 청구에서 살았다. 그 후 친구인 소주지부위관(蘇州知府魏觀)이 모반의 혐의를 받음에 연좌되어 요참(腰斬=허리가 잘리는 형벌)의 형을 받았다. 그의 시풍은 청신하고도 웅건하다.
현재 남아있는 작품은 1,700여수나 되는데, <대전집(大全集)> 18권에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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