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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감상/중국 한시

詠懷詩(영회시)

간천(澗泉) naganchun 2011. 3. 18. 04:51

詠懷詩(영회시)

 

 

위/魏 완적/阮籍

 

 

-영회시-

 

잠 못 이루는 밤이면

일어나 거문고를 뜯는다.

얇은 휘장엔 달빛이 비추이고

맑은 바람은 옷깃을 스친다.

외로운 기러기 광야에서 우짖고

날 새는 밤 수풀에서 우는데

배회한들 무엇이 보이랴

시름에 홀로 가슴 아플 뿐이네.

 

 

夜中不能寐(야중불능매)

起坐彈鳴琴(기좌탄명금)

薄帷鑒明月(박유감명월)

淸風吹我襟(청풍취아금)

孤鴻號外野(고홍호외야)

翔鳥鳴北林(상조명북림)

徘徊將何見(배회장하견)

憂思獨傷心(우사독상심)

 

 

*매(寐)-잠들다. *기(起)-일어나다. *좌(坐)-앉다. *탄(彈)-뜯다. *명(鳴)-울다. *금(琴)-거문고. *박(薄)-엷다. *유(帷)-휘장. *감(鑒)-거울, 비추어 보다. *금(襟)-깃. 가슴. 마음. *고(孤)-외롭다. *홍(鴻)-기러기. *호(號)-이름. *야(野)-들. *상(翔)-날다. *배회(徘徊)-서성거리다. *장(將)-장차. *우(憂)-걱정하다. *사(思)-생각. *독(獨)-홀로. *상(傷)-상하다.

 

감상

 

잠 못 이루어 얼마나 뒤척였을까. 거문고를 타보아도 스며드는 달빛과 스치는 바람, 밤새 울며 나는 기러기 울음소리에 세상 돌아가는 꼴이 더 외롭고 쓸쓸하기만 하다. 내가 아무리 서성거려보아도 어쩔 수 없는 세상사. 마음만 상하는구나.

전체적으로 암울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밝은 달과 맑은 바람은 더없이 좋은 분위기를 자아내 주건만 주위는 어둡고 광야에는 외기러기가 배회한다. 나라의 밝은 미래를 찾아보려하건만 앞이 보이지 않고 그저 가슴만 답답하고 우울한 것이다.

 

작자

완적(阮籍)(210-263)

 

삼국 위(魏)의 시인이다. 자는 사종(嗣宗). 진류위현(陳留尉縣)(하남성개봉/河南省開封) 사람이다. 후한(後漢) 말의 명사이자 건안칠자(建安七子)의 한 사람인 완우(阮瑀)의 아들이다. 보병교위(步兵校尉)를 지냈으므로 완보병(阮步兵)이라고도 한다. 노장(老莊)을 좋아하고 청담(淸談)에 탐닉한 그는 죽림칠현(竹林七賢)의 중심인물이다. 위나라 말기의 정치적 위기 속에서 강한 개성과 자아(自我) 및 반예교적(反禮敎的) 사상을 관철하기 위하여 술과 기행(奇行)으로 자신을 위장하고 살았다. 많은 기행 중 속물에는 백안시(白眼視)하여 피하고, 동지에게는 청안(靑眼)으로 접했다는 ‘청안백안(靑眼白眼)’의 고사는 유명하다. 그는 젊은 시절 한때 큰 뜻을 품기도 했다. 일찍이 광무산(光武山)에 올라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이 천하를 놓고 겨루었던 전쟁터를 굽어보며 “당시 영웅이 없어 자식들이 이름을 날렸군!” 하고 소리 지르곤 했다고 한다.

완적(阮籍)은 멋대로 행동하고 종일 술만 마셔대며 세상일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정신적으로는 매우 고통스러웠다. 그는 혼자 수레를 몰고 목적지 없이 떠돌다가 길이 막혀 더 이상 갈 수 없으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통곡을 하곤 했다.

현실에서 자신의 포부를 펼치지 못하는 울분과 고독한 감정을 시가(詩歌)의 형식을 빌어서 토로하곤 했는데 그 대표적 작품이 <영회시(詠懷詩)> 82수(首)다. 작품 내용은 대부분 고통스런 현실에 처해 어찌할 수 없는 개인적인 고민과 울분이 주조(主調)를 이루고 있는데, 당시 현실이 극히 강압적 분위기였던 관계로 매우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그 자신의 포부(抱負) 이상(理想) 저항(抵抗) 고민(苦悶) 비판(批判) 등으로 점철된 내용은 완적(阮籍)의 일생 기록으로 보아도 무방하겠다.

대표작인 <영회(詠懷)>의 시 85수는 자기의 내면세계를 제재로 한 철학적 표백의 연작(連作)이었다. 그것은 뒷날 도연명(陶淵明)의 <음주(飮酒)> 20수에서 진자앙(陳子昻)의 <감우(感遇)> 38수, 이백(李白)의 <고풍(古風)> 59수에 이르는 장대한 오언시 연작의 선구였다. 전통적인 유교사상이나 기성권력에 반항하는 자세를 노래한 몇 편의 부(賦) 작품 외에, <대인선생전(大人先生傳)>과 원초적인 노장사상(老莊思想)을 추구하는 작품을 남겼다. 그 밖의 저서에 <달장론(達莊論)>, <통역론(通易論)> 등이 있다. <문선(文選)>에 그의 시문이 약간 수록되어 있고, 그의 전기는 <삼국지(三國志)> 21권, <진서(晉書)> 49권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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