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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으르렁’거리기

간천(澗泉) naganchun 2013. 9. 9. 05:16

‘으르렁’거리기

 

 

 

'으르렁' . 호랑이 포효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으르렁 쾅쾅! 으르렁 쾅!

이 소리는 천둥 번개 치는 소리도 아닙니다. 이런 소리 나면 우리는 갑자기 나는 그 소리에 움찔하게 된다.

으르렁 으르렁거린다.

이 광경은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고 우격다짐하면서 맞장 뜨고 있는 형상도 아닙니다.

 

으르렁.

요즘 한창 인기를 차지하고 있는 '엑소'라는 아이돌 그룹의 대표곡 제목이다.

그 가사 중 후렴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렇다.

 

♪♬검은 그림자 내 안에 깨어나 널 보는 두 눈에 불꽃이 튄다.

그녀 곁에서 모두 다 물러나 이젠 조금씩 사나워진다.

나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대 나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대♬

(곡; 엑소의 '으르렁' 중에서)

 

아마도(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자신의 풀이다) 자기가 사랑하는 여성이 있는데, 그 여성은 무척 매력이 있고, 많은 사람들로 부터도 호감을 받는 형인 듯하다. 그 여성을 자신이 차지하기 위해서 주변정리를 하고자 하는데 자꾸 늑대들이 우글거린다. 그런 와중에 주인공은 자신도 모르게 숨겨졌던 야성이 나오고 그 여성을 지키기 위한 으르렁거림으로 연적(?)에게 경고를 하고 있는 듯하다.

 

'으르렁'

이제까지 조금은 낯설고 가까이 하지 않았던 단어다.

 

으르렁은 크고 사나운 짐승 따위가 성내어 크고 세차게 울부짖는 소리. 또는 그 모양이라고 한다. 정말 그 '으르렁'이라는 말만 들어도 왠지 상황이 그려진다.

 

한 예문을 보면, 호랑이의 으르렁 소리에 새들이 놀라 날아갔다.

 

그러고 보니 으르렁은 겁주는 거다. 상대방을 다치게 하지 않고 까불지 않게 하면서 조심스럽게 다루면서도 약간의 겁 혹은 위협을 가하는 것이다. 절대로 가해를 하지 않는 신사적인 행동인 것이다.

부드럽게 좋은 말로 해도 안 듣자 조금은 부드럽지 못한 말로 크고 세차게 외치거나 다투는 소리. 또는 그 모양이다. 다투게 되는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 카리스마에 놀라 지레 겁먹고 도망가게 될듯한 느낌이 드는 말이다.

 

이 세상만사라 그렇게 '으르렁' 거리기 전에 잘 타협이 되고 이치에 맞게 좋~게 이루어진다면 참 좋겠다. 잘 풀리지 않는 경우에 최소한의 조치로 그저 '으르렁' 한 번에 일이 잘 마무리되고 만사형통이 되면 좋겠다. 다치게 하고 서로 상처 입힌다고 이기는 게 이기는 것이 아니고 지는 게 지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오래전 무협영화나 서부극, 혹은 러시아 같은 곳에서 남자들이 자기들 자존심을 위해서 하나 둘 세 발자국 걸어가서 뒤돌아서서 총을 먼저 겨누거나 칼을 휘둘러서 상대방을 먼저 쓰러트리면 이기는 게임이 아니어야 한다. 그게 무슨 멋진 일인가 말이다. 상대방도 살리고 나도 살리는 그런 세상이 오려면 '으르렁' 그것으로 끝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엑소 그룹의 그 곡이 색다르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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