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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무엇입니까

간천(澗泉) naganchun 2013. 9. 23. 05:15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무엇입니까

 

 

 

오늘 아침에 '니나 상코비치'라는 미국 여성이 쓴 '혼자 책 읽는 시간'이라는 책을 마침 다 읽은 참이다. 내일이 도서관 책 반납일이어서 빌려 놓고 조금 밖에 읽지 못하고 추석을 보내는 동안 어느새 반납일이 된 것이다. 반납일은 도서관측에서 2일 전에 휴대폰으로 알려준다. 오늘도 이 일 저 일 하다보면 읽지 못한 채 애석하고도 조금은 개운치 않은 느낌으로 반납해야겠다고 포기를 하고 있었다.

먼 길을 다녀온 다음이어서 책장을 뒤적거릴 마음이 생기지 않아서이기도 했고, 다음에 다시 빌려서 읽어야겠다고 애써 읽지 않고 돌려보내는 허술함을 합리화시켰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냥 반납해서는 안 되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오늘 중으로 다 읽고 내일 아침에 책 읽으면서 밑 줄 쳤던 것을 타이핑 하고 나서 반납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조용한 아침에 남은 부분을 마저 다 읽었다. 다 읽어서 뿌듯했다.

 

'혼자 책 읽는 시간'은 삶의 한 가운데서 힘든 일을 당한 뒤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서 일 년 365일, 매일 한권의 책을 읽기에 도전한 이야기다. 약 400에서 500쪽 분량의 책 한권을 엄선해서 매일 책을 꼭 읽고 그 다음 날 아침에 책을 읽은 독후감과 서평을 자신이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서 사람들과 공유하는 작업이다.

 

이 여성은 아이(아들)가 넷이나 딸린 주부다. 물론 일을 하다가 지금은 일을 그만 둔 상태이지만 그래도 집안일을 하랴 다양한 사회봉사 활동과 지역봉사 활동, 그리고 아이들 등교 등 시간을 온전히 할애하기란 물리적으로도 힘든 일이다. 그렇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는 책을 읽고 글을 올린다. 전 세계 사람들이 그녀의 서평과 책을 읽고 올리는 그 작업에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공유하게 된다.

 

이 책은 그 프로젝트의 상황과 그 책읽기 과정에서 느낀 특징적인 감상들을 적어놓은 논픽션이다. 이렇게 책읽기가 얼마나 풍요로운 삶으로 이끌어주는지를 우회적으로 알게 해주는 종류의 책들이 있다. '책권장도서'라고나 할까.

 

영국 작가 '닉 혼비'가 쓴 '런던스타일 책읽기'라는 책도 흥미롭다. 책을 읽고 싶게 만든다. 그리고 '다치바나 다카시'라는 일본의 지성인이 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이라는 책도 읽어볼 만하다.

 

이런 책들이 주제로 삼은 것은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이다. 사람들이 읽으면 매우 좋은 책이라고 하지 않고 자신이 이런 책을 읽었다고 하는 것이다. 그 내용은 책 속의 정수를 완전히 섭취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시식은 해 볼 수 있도록 친절을 베푼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이 다 다르기 때문에 책에 대한 메뉴도 각양각색이다.

 

올 가을, 이런 종류의 책이 있는 곳을 찾아가고, 맛있음직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고르고 그것을 손에 들고 지긋이 시간을 들여서 그 책 속 세상으로 자신을 맡겨보는 일을 감행해보자. 스마트폰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일보다 책을 읽는 모습은 왠지 아직도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임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자연을 눈에 한 가득 담아 마음에 에너지를 충전하듯, 책 밭에서 내가 들인 시간보다 더욱 값진 풍성한 가을걷이를 해보자. 당신은 무슨 책을 읽어보고 싶습니까?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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