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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의 고전/장자 이야기 백 가지

제37화. 도척이 공자를 욕하다(잡편 도척)

간천(澗泉) naganchun 2009. 8. 30. 04:46

제37화. 도척이 공자를 욕하다(잡편 도척)

  공자의 회유하는 말을 들은 도척은 크게 화를 내어 공자를 욕하며 비판하기 시작하였다.

 

“구야 앞으로 나오너라. 너는 나를 얕보고 있다. 이로움에 끌리어 행동을 고치거나, 말에 속아서 경계함에 따르는 것은 세상의 바보나 하는 짓이다. 너는 내가 키가 크고 잘 생겨서 많은 사람에게 호감을 산다고 칭찬을 하고 있으나, 이것은 내 부모의 덕택이다. 이제 새삼스럽게 너한테서 칭찬을 받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내가 들은 바, ‘그 사람 앞에서 그 사람을 칭찬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없을 때는 그 사람을 비방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라고 한다.

 

  네가 이제 큰 성이라든지 많은 백성이라든지 하는 것은 이로움으로 나를 낚아채고, 나를 세상의 바보로 취급하려는 짓이다. 그런데 큰 성이나 많은 백성 같은 것이 언제까지나 의지할 수 있는 것이란 말인가? 성이 크기로 말한다면 천하에 미칠 것은 없다. 요순은 그 천하를 차지하였지만 그들 자손은 송곳 하나 세울 땅이 없었고, 탕왕(湯王)과 무왕(武王)은 임금이 되었어도 그 자손은 대가 끊겼으니, 이것은 그 이로움이 너무 큰 때문이 아닌가?”

 

  “이제 너는 문왕(文王) 무왕(武王)의 도를 닦고 천하의 변론을 갖추어 후세를 가르치고 있다. 소매 큰 옷을 입고, 좁은 띠를 띠고, 높은 말과 거짓 행동으로써 천하의 임금을 매혹시키고, 부귀를 구하려 하고 있다. 도둑으로 친다면 너보다 더 큰 도둑이 없는데, 천하 사람들은 너를 도구(盜丘)라고 부르지 않고 나를 도척(盜跖)이라고 하는가?”

 

  “너는 달콤한 말로써 자로(子路)를 꾀어 너를 따르게 하고, 그로 하여금 높은 갓을 버리고, 긴 칼을 풀고서 너의 가르침을 받게 했다. 그래서 천하 사람들은 모두 ‘공구는 능히 사나움을 그치게 하고 잘못을 금하게 한다.’고 칭찬하고 있다. 그러나 끝에 가서는 자로는 위(衛)나라 임금 장공(莊公)을 죽이려다가 실패해서 그 몸은 위나라 동문 위에서 김치를 담기고 말았다. 이것은 너의 가르침이 미치지 못한 까닭이다. 또 너는 스스로 재사 성인이노라고 자랑스러워하고 있을지 모르나, 노나라에서는 두 번이나 쫓겨나고, 위나라에서는 발자국을 깎였으며, 제(齊)나라에서는 궁했고, 진(陳)나라, 채(蔡)나라에서는 포위를 당하였고 그래서 이 천하에 몸 둘 곳조차 없는 것이다. 그리고 너는 자로를 가르쳐 그러한 화를 입게 한 것이니, 위로는 네 몸을 다스리지 못하고, 밑으로는 사람을 다스리지 못했다. 그러고서 네 도를 어떻게 높일 수 있겠는가? 한 푼의 값어치도 없는 것이다.”

하고 공자의 가르침이 가치가 없다고 욕하고 헐뜯는다.

 

  이어서 공자의 가르침에 따라 이 세상에서 높이 평가되는 제왕이나 현인이나 충신들도 자연이 준 사람의 본성을 거슬리어 끝내는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았느냐 하고 예를 들어 비판한다.

  이 세상의 존경을 받는 사람들 곧 황제(黃帝)를 비롯하여 요순우탕문무(堯舜禹湯文武) 등도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 이로움의 욕심 때문에 자기 스스로의 천진(天眞)함을 흐트러뜨려 스스로의 본성을 거역하여 무리를 행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행실은 참으로 부끄러워할 것들이다.

 

곧 황제는 무위자연의 덕을 온전하게 하지 못하여 탁록(涿鹿)의 들판에서 전쟁을 일으켜 사상자의 피가 백리나 흐르게 하였고, 요는 장자 단주(丹朱)를 주살하는 무자비함을 행하였고, 순은 불효하여 아버지 고수(瞽䏂)에게 미움을 받았으며, 우는 제 몸을 혹사하여 반신불수의 병을 얻었으며, 탕은 그 주군인 하나라 걸주(桀主)를 몰아내었고, 문왕은 유리(羑里)에 갇히었고, 무왕은 그 주군인 은나라 주(紂)를 죽였다.

 

  또한 세상이 이른바 어진 선비로서 백이, 숙제, 포초, 신도적, 개자추, 미생 등 여섯 사람은 의리를 지키려다 비참하게 생을 마쳤는데, 이는 사지를 찢어 죽이는 형벌을 받은 개나 물에 떠내려가는 돼지와 같다. 그 명예를 구하는 꼴은 쪽박을 들고 밥을 비는 거지와 다름이 없다. 이들은 모두 이름에 구속되어 죽음을 가벼이 여긴 사람들로서 본성을 생각하고 목숨을 기르지 못한 사람들이다.

곧 백이(伯夷). 숙제(叔齊)는 고죽국(孤竹國)의 임금을 그만 두고 수양산에서 굶주려 죽어서 그 뼈도 묻히지 못하였고, 포초(鮑焦)는 행동을 꾸미고 세상을 비방하다가 나무를 안은 채 죽었고, 신도적(申徒狄)은 임금의 잘못을 간하다가 받아들이지 않자 돌을 지고 스스로 강물에 몸을 던져 고기밥이 되었고, 개자추(介子推)는 충성이 지극해서 그 다리 살을 베어 진(晉)나라 임금 문공(文公)을 먹였지만 나중에 배반하자 산에 들어가 나무를 안은 채 불에 타 죽었고, 미생(尾生)은 어떤 여자와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는데, 여자는 오지 않고 홍수가 나서 물이 불었지만 약속을 저버리지 않으려고 다리 기둥을 안은 채 죽었다.

 

  또 이른바 이 세상의 충신으로서 은나라의 왕자 비간(比干)이나 오(吳)나라의 오자서(俉子胥)는 충신이었지만 마지막에는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곧 오자서는 물속에서 죽었고, 비간은 심장을 찢기었다.

  이제 든 황제에서부터 비간에 이르기까지 모두는 높일만한 사람이 못된다.

 

  “이제 네가 내게 이야기하는 것이 만일 귀신의 일이라면 모르겠지만 만일 사람의 일로서 내게 말한다면 이제 내가 말한 것에 더할 것이 없을 것이니, 그것은 나도 이미 들어서 다 아는 것이다.” 하고 공자가 하는 말을 들을 가치가 없는 것으로 단정해 버린다. 그리고는 새로 공자를 가르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