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화. 도둑에게도 오덕이 있다(외편 거협)
도척과 관련한 다른 이야기도 있다.
어느 날 도척의 제자들은 도척에게 도둑에게도 도덕이 있습니까. 하고 질문을 했다. 그러자 도척은 대답하기를 물론 어떤 사회라도 도덕이 없는 곳은 없다.
도둑에게는 다섯 가지의 도덕이 있다. 먼저 남의 창고를 엿볼 때에 그 창고에는 어떤 물건이 있는지를 미리 짐작한다. 이것은 성(聖)이라 한다. 이것을 알았다면 다른 벗들보다 먼저 자신이 숨어 들어간다. 이것은 용(勇)이다. 창고에서 나올 경우 누구나 빨리 나와서 도망치고 싶은 것이 인정이지만, 최후까지 멈추어서 자신은 뒤에 나온다. 이것은 벗들에 대한 의(義)이다. 훔친 물건의 좋고 나쁨을 판단한다. 이것은 하나의 지(知)이다. 그리고는 훔친 물건을 많은 도둑들에게 평등하게 나누어준다. 이것은 인(仁)이다. 이 성, 용, 의, 지, 인의 도덕이 갖추어져 있지 않고는 큰 도둑이 될 수가 없다고 설명하여 들려주는 것이다.
도척은 다시 말을 이어서 세상에는 착한 사람이 많은지, 악한 사람이 많은지 생각해보면, 착한 사람은 적고, 악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러면 착한 사람이 도덕을 쓰는 경우는 적고, 악한 사람이 도덕을 쓰는 기회가 많게 된다. 결국 도덕이라는 것은 세상에 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다는 결과가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비상한 궤변이기는 하지만 어리석은 자에게는 하나의 설명으로 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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