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화. 도척이 공자를 가르치다(잡편 도척)
“나는 너에게 사람의 정(情)에 대하여 가르쳐주겠다. 대개 눈은 아름다운 빛을 보고자 하고, 귀는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자 하며, 입은 맛있는 음식을 맛보고자 하고, 기운은 왕성해지고자 하는 것이다. 어차피 인간은 장수해도, 상수백세(上壽百歲), 중수팔십(中壽八十), 하수(下壽六十)는 육십에 불과하다. 그 짧은 인생에 앓는 일, 죽는 일, 근심 걱정하는 일을 빼고 나면, 입을 열어서 웃는 것이 과연 한 달에 사오일이나 되겠는가? 하늘과 땅은 끝이 없는데 사람의 죽음은 때가 있는 것이니, 이 한정된 사람의 몸으로서 끝없는 천지 사이에 붙여 놓인 것이다. 그 빨리 지나가는 모양은 마치 빠른 말이 창틈을 지나가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니, 그런데도 부질없는 이익과 이름에 얽매어, 그 마음을 즐겁게 하고 그 목숨을 기를 줄 모르는 사람은 다 같이 도에 통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제 네가 나에게 한 말은 내가 미워하는 것뿐이다.
빨리 돌아가라. 다시는 나에게 그런 말을 하지 마라. 네 도는 사람의 본성을 잃어버리고, 욕심을 위해 허덕거리는 거짓과 간사하게 꾸미는 것뿐이다. 그것으로써는 사람의 참된 성품을 온전하게 할 수 없는 것이니 다시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하고 말하였다.
곧 인간은 즐길 때는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도덕의 인의를 떠들어보아도 헛일이 아닌가? 하고 공자를 꾸짖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공자는 망연자실하였다 한다. 그리고는 수레를 타고 돌아와서 유하계를 만났는데, 유하계는 단 한 마디 “선생은 다시 내 아우를 만났군요.” 하고 탄식했다고 한다. 요컨대 인의도덕을 고집하지 말고 자연의 본성대로 사는 것이 옳다고 강조하는 것이 장자의 주안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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