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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의 고전/장자 이야기 백 가지

제36화. 공자는 도척을 회유하려 하다(잡편 도척)

간천(澗泉) naganchun 2009. 8. 27. 07:13

제36화. 공자는 도척을 회유하려 하다(잡편 도척)

 

  공자 일행이 도척을 찾아가서 보니 도척은 큰 산 기슭에 있었는데, 이제 막 사람의 간을 회쳐서 먹으려는 참이었다.

 

공자는 안내자에게 말하기를 “나는 노나라 공구라는 사람인데 장군의 높으신 의를 듣고 뵈러 왔습니다.” 하고 두 번 절을 하고 안내해 주기를 청하였다.

안내자가 공자의 뜻을 도척에게 전하자, 도척은 화를 내어 눈은 밝은 별과 같고, 머리카락은 금방 관을 밀어 올릴 것 같은 모습을 하고 말했다. “이 자는 노나라의 협잡꾼 공구라는 자가 아니냐? 너는 대신 나가서 그 자에게 일러주어라. ‘너는 여러 가지 말을 지어내어 함부로 문왕(文王)과 무왕(武王)을 일컬으면서 머리에는 빛나는 갓을 쓰고, 몸에는 소가죽 허리띠를 띠고, 말이 많아 잘못된 말을 억지로 주장하며, 농사도 짓지 않고 먹고, 길쌈도 하지 않고 입으며, 입술을 움직이고 혀를 놀려서 마음대로 옳고 그름을 만들어 천하의 임금을 혹하게 하고, 천하의 학자를 그 근본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며, 함부로 효제(孝悌)를 만들어 제후가 되려 하고 부귀를 바라는 자이다. 너의 죄는 지극히 중하다. 빨리 돌아가라. 만일 돌아가지 않는다면, 너의 간을 빼어서 먹어버린다.” 하고 공자를 위협하는 말을 전하게 하였다.

 

  안내자가 전하는 이 말을 들은 공자는 다시 안내자에게 “나는 장군의 형님인 유하계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니 다시 한 번 만나 뵙게 해주십시오.” 하고 간청해서 말하였다.

간신히 만날 수 있게 되어 공자는 도척 앞으로 달려 나아가서 두 번 절을 하였다. 도척은 화를 버럭 내면서 두 다리를 쭉 뻗고 칼자루에 손을 얹고서 눈을 부릅뜨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는 새끼를 가진 호랑이 소리 같았다.

“구야 좀 더 앞으로 나오너라. 만일 네가 하는 말이 내 뜻에 맞으면 살아나겠지만, 내 뜻에 거슬리면 곧 죽을 것이다.” 하고 말하였다.

 

  공자는 다소곳한 자세로 공손히 회유의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무릇 세상에는 세 가지 덕이 있다고 합니다. 나면서부터 키가 크고 얼굴이 아름다워 젊은이나 늙은이나, 귀한 사람이나, 천한 사람이 모두 보고 좋아하는 것은 상덕(上德)이요, 지혜는 하늘과 땅을 둘러싸고 능력은 만물을 분별하는 것은 중덕(中德)이요, 용기가 있고 결단력이 있어 많은 사람을 모으고, 많은 군사를 거느리는 것은 하덕(下德)이라고 합니다. 대개 사람으로서 이 가운데 한 가지의 덕만을 가져도 임금이 되기에 넉넉한데, 이제 장군은 이 세 가지를 아울러 가졌습니다. 키는 여덟 자 두 치나 되고, 얼굴에는 빛이 있으며, 입술은 새빨갛고, 이는 가지런한 조개와 같으며, 소리는 황종(黃鐘)과 같습니다. 그런데 이름을 도척(盜跖)이라 하니 나는 장군을 위하여 가만히 부끄러워하는 바입니다. 만일 장군이 내 말을 들어주실 생각이 있다면 나는 남쪽으로는 오(吳)나라, 월(越)나라, 북쪽으로는 송(宋)나라, 위(衛)나라, 서쪽으로는 진(晋)나라, 초(楚)나라로 사자로 가서 장군을 위하여 수 백리나 되는 큰 성을 쌓고 수십만 호의 읍을 만들어, 장군을 높여 제후로 모시겠습니다. 그래서 천하와 더불어 옛것을 고치고, 전쟁을 그쳐 군사를 쉬게 하며, 흩어진 형제를 거두어 기르고, 선조를 이바지해서 제사를 지내면, 이것은 성인이나 선비의 행실로서 천하가 모두 원하는 것입니다.” 하고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