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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의 고전/맹자와 맹자 이야기

3-8 고향에 돌아와서

간천(澗泉) naganchun 2009. 2. 11. 14:27

8, 고향 추(鄒)에 돌아와서



1) 제자 교육과 편찬

 

  10년 만에 고향에서 안정을 취한 맹자는 한가한 생활을 했다. 유세 중에는 수 백 명에 이르는 제자들도 추까지 따라온 사람은 셀 수 있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태반은 은퇴하려는 스승으로부터 떨어져서 벼슬을 하기 위하여 흩어졌다. 그러나 맹자는 그것을 조금도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유세 중이라 해도 그리 많은 제자가 입문한 것도 아니고, 봉록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제자로 들어온 것을 살폈기 때문이다. 그 만큼 맹자는 한 농부가 되려는 자신에게 아득히 먼 곳에서 따라온 제자들이 불쌍해서 안 되었다.

  “선생님 어떻습니까. 이 콩은 잘 되었지요.”

  하고 괭이를 맨 채로 밭에서의 수확물을 가지고 오기도 하고,

  “비가 와도 좋은 때라고 생각하고 있었더니 마침 비가 왔습니다. 이전에는 무슨 말을 여쭈었던지 오늘도 한 가지 여쭙고 싶습니다.” 하고 제자들이 모여들면 항상 미소를 짓는 것이 보통인데, 때로는 눈물을 보이는 때도 있었다.

  농사일이 한 단락이 끝난 어느 날, 제자들이 모여 들었다. 외국에 나가서 유세할 때부터 오늘까지의 사제 간의 언행을 정리하여 편찬하자는 것이다.

  “음, 그런 일이 있었는가.”

  “그것은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있었던 일입니까?”
  “아니야. 그것은 틀립니다. 그 때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은--.”

   온화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열심히 일들을 하고 있는 제자들을 보고 있는 동안에 문득 맹자의 마음에 감개가 솟아올랐다. --가버린 제자와 남은 제자. 영달을 구하는 사람과 도를 구하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과거와 현재. 이윽고 식사 시간이 되어서 모두가 식탁을 둘러싸고 앉았을 때, 맹자는 제자들에게 그 감개를 말하였다.


2) 벼슬 -- 천작과 인작


  “수고들 하네. 아무튼 양이 많으니까. 너무 정신을 쏟지 말고 쉬엄쉬엄 조금씩 하기로 하자꾸나. 나도 가능한 대로 도울 터이니까. 이런 분위기에서 이런 일을 하는 것도 선을 즐기고 게을리 하지 않은 가운데서 일이지. 벼슬에는 천작과 인작이 있다. 그래 인의충신을 견지하고 선을 즐기고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천작(天爵)이다. 거기에 가면 공경대부라는 부류는 인작(人爵)이다. 세속의 작위이다. 옛날의 성현은 한 결 같이 천작에 뜻을 두고 그것을 거둔 셈인데, 그러면 자연히 그 보답으로서 인작이 주어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처음부터 인작을 얻기 위해 천작을 얻으려고 한다. 그러므로 목적으로 한 인작을 일단 손에 넣으면 천작을 버리는 무리도 적지 않다. 본말전도도 심한 셈인데, 그런 무리는 끝내는 인작도 잃고 말 것이다.”(고자장구상16)

  제자들은 맹자가 느끼고 있는 것을 곧 알았다. 그들은 점점 학문을 추구할 마음을 가짐과 동시에 불우했던 스승을 위로할 것을 은밀히 다짐하였다. 이러한 나날의 생활 속에서 맹자는 일찍이 지녔던 세상을 걱정하는 기분을 이미 잃어버린 것인지, 아니다. 만민의 구제를 염원하였던 만큼 그것은 그리 간단히 지우지는 못하였다. 혼자 침상에서 <넓은 땅과 많은 백성과는 군자가 바라는 바이고, 천하의 중앙에 위치하여 사해의 백성을 다스리는 것은 군자가 즐길 것이기도 하다.> 고 하는 생각은 종종 그의 가슴에 떠올랐다. 그러나 천명의 어쩔 수도 없는 힘을 절실히 체험한 그는 그것으로 마음이 어지럽혀짐은 없었다.


3)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


  이리하여 1년이 가고, 2년이 갔다. 전혀 의지할 곳 없는 고독한 몸으로 점점 늙어가는 스승을 생각해서 제자들은 여러 가지로 마음을 썼다. 그런 호의를 몸에 저리도록 기쁘게 느꼈음인지 어느 날 어쩌다 많이 모인 제자들 앞에서 맹자는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 그 가운데에는 천하의 왕자가 되는 것은 들어있지 않다. 건재한 부모와 함께 하고, 형제가 모두 사고가 없고, 무사하게 가족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제일의 즐거움이다. 우러러 하늘에 부끄러움이 없고, 엎드려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게 수양을 다하는 것이 제이의 즐거움이다. 천하의 영재를 모아 그것을 교육하고 후세에 기대하는 것이 제삼의 즐거움이다. 군자에게는 이런 세 가지의 즐거움이 있는데, 천하의 왕자가 되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하고 절실하게 말했다고 한다.(진심장구상20)


  그래서 평생 한 결 같이 군자의 세계에서 살아온 맹자는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언제 어떻게 운명하였는지 그것은 아무 것도 모른다. BC 289년 83세였다고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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