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유세의 회상
생각해보면 만나지 못한 것은 노나라 평공 혼자만이 아니다. 과연 면회하지 못한 것은 평공이지만 종종 가르침의 기회를 얻어 정성을 다하여 접촉했음에도 불구하고 위나라 혜왕도, 제나라 선왕도, 추나라 목공도 그리고 등나라 문공마저도 끝내 그 깊은 마음속과의 접촉은 되지 않고, 왕도정치는 실현하지 못하였다.
제후가 나쁜 것인가. 일찍이 처음으로 유세의 길에 올랐을 때 <임금님이여 이익만을 말하지 마시고 인의가 있을 뿐입니다.>라고 의기충천하게 위나라 혜왕을 대한 일도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혜왕은 특별히 악한 왕이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보통의 왕이었던 것이다. 제나라 선왕은 분명히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 바탕을 두고 행동한 바가 있고, 등나라 문공에 이르러서는 마음속으로부터 가르침을 받들어 삼년상을 실행하고 어진 정치에 힘쓴 것이다. 제후가 나쁜 것이 아니다.
그러면 왕도정치 그것이 틀린 것인가. 그런 바보 같은 일은 결코 없다. 옛날 성왕의 사적을 본보고, 성인의 가르침으로 뒷받침된 왕도정치가 틀릴 이유가 없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근저로 하여 인의를 내걸고 만민의 행복을 바라는 어진 정치가 바르지 않을 이가 없다. 정치는 원래 만민의 고도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고, 그러므로 문화의 최고의 표현인데, 자신은 항상 만민의 행복을 기원해온 셈이다. 항상 민생의 안정을 꾀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라고 주장해온 것은 그 때문이다. 천(天)은 인간 세계를 통치할 것으로서 천자를 두고, 그 천자는 만민의 신망을 얻어 처음으로 천명을 받을 수 있으므로 만민이야말로 인간세계의 가장 귀한 존재이다. 다음으로 만민을 포용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하는 사직이 귀하고, 군주는 가장 가벼운 존재이다. 그 군주 중에서도 제후는 천자의 신임을 받은 자이고, 그 제후에 신임 받는 것이 대부이니까. 당연히 제후나 대부는 백성을 존중하고 그 행복을 위하여 정치에 당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토지의 신이나 곡물의 신에 대한 제사를 바르게 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혹시 행하지 않고 사직을 위협한 경우에는 제후를 바꾸어야 한다. 사직의 제사를 바르게 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천재가 일어난다면 사직의 신을 고치더라도 백성의 행복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해서 보면 왕도정치는 바르다. 그것을 주장하는 나 자신의 태도도 바른 셈이다.(진삼장구하1)
제후가 나빴던 것은 아니다. 왕도정치는 바르다. 그것을 주장하는 나 자신의 태도도 발랐다. 그래서도 어찌하여 왕도정치를 실현할 수가 없었던 것일까 백성은 이르는 곳마다에서 괴롭고 슬퍼하고 있다. 그러한데 백성의 행복을 추구하는 노력이 어찌하여 열매를 맺으려 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것은 인력을 가지고는 어쩔 수도 없는 어떤 힘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명이기 때문이다.
다시 어릴 때 배움에 뜻을 둔 이래 나 자신은 항상 납득할 수 있는 바른 도를 추구해온 셈이다. 그리고 다소는 스스로 얻을 수 있다고 느껴서 약 15년 간 바른 것을 구하면서 세상을 걱정한 마음을 따라 그것을 설명하여 왔다. 이 15년의 끝에 처음으로 인력을 넘는 천명을 체험하고 인정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인간으로서 되는 몫과 인간으로서는 안 되는 몫을 안 것이다. 이제야 늙은 나 자신의 몸은 시시각각 죽음을 향하여 다가간다. 남은 생명이 있는 한 얼마 남아 있지 않으리. 그 얼마도 남자 않은 여명을 그러나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그것은 분명히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몫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해온 것처럼, 항상 납득할 수 있도록, 거짓 없이 바른 도를 걸어가자 일찍이 등나라 문공에게
--그의 성공은 천명이다 (중략) 힘써 선을 행할 뿐이다.
라고 설명한 일이 있는데, 그것은 지금 나 자신이 가지고 나아갈 길이다.--
그래서 맹자는 악정자에게 이별을 고하고 늙은 몸을 수레에 깊이 앉아 제자들로부터 호위를 받으면서 고향인 추(鄒)로 떠났다. 맹자가 단 혼자서 치열하게 뜻을 품고서, 삽상하게 유세를 떠난 날, 그 가는 나라에 있지 못하고, 귀중한 천명을 체험하고 인정하여 조용하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지금의 모습을 누가 미리 알았으랴.
'유가의 고전 > 맹자와 맹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8 고향에 돌아와서 (0) | 2009.02.11 |
---|---|
3-6 노나라에서 (0) | 2009.02.11 |
3-5 등나라에서 (0) | 2009.02.11 |
3-4 추나라에서 (0) | 2009.02.11 |
3-3 송나라에서 (0) | 2009.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