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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감상/중국 한시

鹿柴(녹채)

간천(澗泉) naganchun 2010. 9. 12. 03:45

 

鹿柴(녹채)

 

당/唐 왕유/王維

 

 

--녹채--

 

빈산엔 사람 보이지 않고

간간이 들려오는 말소리뿐.

석양이 깊은 숲에 들어

푸른 이끼를 더 푸르게 비추네.

 

空山不見人(공산불견인)

但聞人語響(단문인어향)

返景入深林(반경입심림)

復照靑苔上(복조청태상)

 

 

*녹채(鹿柴)-야생사슴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나무 말뚝 울타리. *공(空)-비다. *산(山)-산 *공산(空山)-사람기척이 없는 고요한 산. *견(見)-보다. *단(但)-다만. 오직. *문(聞)-듣다. *어(語)-말. *향(響)-울림. *반(返)-되돌리다. *경(景)-경치. *반경(返景)-석양 빛. *심(深)-깊다. *림(林)-숲. *복(復)-다시. *조(照)비추다. *태(苔)-이끼.

 

감상

 

산 속에는 사람은 보이지 않으나 그저 말소리가 은은히 들릴 만큼 고요하다. 그런데 저녁 햇살이 숲 속 깊이 들어서 보이지 않던 푸른 이끼를 선명하게 차근차근 비추어준다.

작자는 전반 2구에서 산이 고요하여 간신히 사람의 말소리만이 울려 퍼질 뿐이라고 하고 있어 고요함을 읊고 있으며, 후반 2구에서 한낮에는 햇살을 막는 숲이었지만 저녁이 되어 햇살이 낮게 숲 속 깊이 들어 푸른 이끼를 신선하게 비추어주며 햇살이 움직임에 따라 이끼의 빛이 순간마다 변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마치 보일 듯 말듯 한 사람들의 이야기하는 모습 위에다 이끼가 푸르게 아래에서부터 위로 가만히 움직이는 영상을 보는 듯하다. 곧 정중동의 그림을 보는 느낌이다. 시인은 순간적인 직관으로 빈산의 석양 무렵 깊은 숲 속에 비쳐 드는 한 줄기 저녁 햇살에 반사되는 이끼의 푸른빛의 변함을 들릴 듯 말듯 한 사람의 음성을 배경으로 하여 시각과 청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시의 특징은 단지 20자의 글자로서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음성과 깊은 숲 속에 스며드는 한 줄기의 저녁 햇살을 연결시킴으로써 텅 빈 산 속에 단지 사람 소리의 메아리만 들려 와 더욱 쓸쓸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왕유가 추구하고자 했던, 세속의 먼지와 시끄러움을 멀리하는 공(空)이며 또한 적(寂)의 경지이다. 또한 이 시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숨겨져 있어 잘 파악되지 않는 경치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송나라 소동파(蘇東坡)는 “마힐(摩詰)의 시를 음미해보면, 시속에 그림이 있고, 마힐의 그림을 보면 그림 속에 시가 있다.” 하고 평하고 있다. 이 시는 남종화(南宗畵)의 시조라고 일컬어지는 왕유다운 작품이다.

 

작자

왕유(王維) (701-761)

 

당나라 성당기의 시인이다. 자는 마힐(摩詰), 태원(太原)(산서성/山西省) 사람이다. 시선이라고 일컬어지는 이백(李白)과 시성이라고 일컬어지는 두보(杜甫)와 함께 성당 삼대시인으로 헤아려진다. 왕유는 경건한 불교 신자로서 시에 불교적 색채가 짙어서 시불(詩佛)이라고도 일컬어진다.

신동이라 일컬어질 만큼 시, 음악, 서, 회화 등에서 재능을 발휘하였다. 15세에 과거 준비를 위하여 장안에 올라가서 21세에 진사가 되어 20년간 관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비교적 평온하게 살았는데, 755년 안록산의 난으로 반군에 붙잡혀 강제로 벼슬을 하게 되었는데, 반란이 평정된 후에 반군의 벼슬을 하였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으나 아우인 진(縉)의 탄원으로 관직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가볍게 처리되었다.

그 후 상서우승(尙書右丞)이라는 높은 지위의 벼슬까지 하였다. 그리하여 왕우승(王右丞)이라고도 불리며, 이백과 같은 해에 태어났고, 맹호연과 병칭되는 자연시파의 거두이다.

43세에서 58세까지를 은둔기라 하는데, 본래 한적한 생활을 좋아하여 30세경에 아내와 사별하고 일생을 독신으로 지내면서 종남산(終南山)에 별장을 짓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탐닉했다. 남종화(南宗畵)의 비조로 일컬어지며, 절대 다수의 시는 전원생활과 산수풍경을 소재로 썼고, 색채이미지와 선의 이미지를 시에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며 찰나적인 자연의 인상에 뛰어났다. 불교의 선리(禪理)에도 능통하여 불가어(佛家語)를 삽입한 시도 많고 시속에 화경을 넣어 공간과 동작 활용에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였다. <왕우승집(王右丞集)>이 있다.

# 참고

이 시의 시제인 <녹채(鹿柴)>는 망천(輞川) 20경의 하나이다. 망천 20경은 서안으로부터 동남쪽으로 50킬로, 태령산맥(泰嶺)의 북녘 기슭인 남전현(藍田縣)에 있다. 망천은 남전현 서남쪽 50킬로를 흐르는 아름다운 계류로 강바닥의 크고 작은 돌멩이마저 보일 정도로 맑다. 망천에는 장안 귀족들의 별장이 많아서 왕유도 여기에 별장을 가지고 틈이 날 때마다 여기에 와서 한적한 생활을 즐기곤 했다. 이곳에서의 생활을 배적(裵迪)과 함께 정리한 <망천집(輞川集)>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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