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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감상/중국 한시

漁翁(어옹)

간천(澗泉) naganchun 2010. 8. 20. 04:24

 

 

漁翁(어옹)

 

 

당/唐    유종원/柳宗元

 

 

-늙은 어부-

늙은 어부는 밤이 되자 서쪽 바위에 의지해 자고

새벽엔 맑은 상수의 물을 긷고, 초죽으로 밥을 짓는다.

안개 사라지고 해 떠오르니 사람은 보이지 않고

뱃노래 한 가락에 산과 물이 다 푸르다

하늘가 돌려보며 중류로 내려가니

바위 위에는 무심한 구름만 서로 쫓는다.

 

 

漁翁夜傍西巖宿(어옹야방서암숙)

曉汲淸湘燃楚竹(효급청상연초죽)

煙銷日出不見人(연소일출불견인)

欸乃一聲山水綠(애내일성산수록)

回看天際下中流(회간천제하중류)

巖上無心雲相逐(암상무심운상축)

<칠언고시(七言古詩)>

 

 

*서암(西巖)-상강 서안에 있는 바위. *초죽(楚竹)-무늬 있는 대나무. *애내(欸乃)-노 저을 때 나는 소리. *회간(迴看)-돌려보다. *어(漁)-고기 잡다. *방(傍)-의지하다. 곁. *효(曉)-새벽. *급(汲)-물 긷다. *연(燃)-불 때다. *죽(竹)-대. *애(欸)-노 젓는 소리. 한숨. *소(銷)-녹다. 사라지다. *록(綠)-푸르다. *회(回)-돌다. *간(看)-보다. *축(逐)-쫓다.

 

감상

 

늙은 어부는 밤이 되면 상강의 바위에 배를 매고 배에서 잠을 잔다. 새벽이 되면 맑은 물을 길어다 쌀을 씻고, 강가에 자란 대나무를 잘라다 때어서 밥을 짓는다. 이윽고 아침 안개가 걷히고 해가 솟아오르면 늙은 어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아득히 멀리 노 젓는 소리가 들리고 산도 강도 초록색으로 물들었다. 강물의 흐름을 따라 내려가다가 하늘가를 돌려보니 바위 위에 무심한 구름이 서로 쫓듯이 흘러간다.

이 시는 4구까지로 절구의 형식을 이루고 있다. 여기서 늙은 어부는 속세를 떠나 자연과 일체가 된 선인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강가에 배를 대어 배에서 자고, 자연의 물과 대나무로 밥을 지으며, 해가 뜨자 노를 저어서 고기를 잡으러 가는데, 노 젓는 소리에 산천마저 초록색으로 물든다 했다. 늙은 어부의 행동은 자연과 일체가 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5, 6구에서 하늘 끝닿은 곳 바위 위에는 선인을 상징하는 백운이 쫓아 흐른다고 읊고 있다.

 

작자

유종원(柳宗元)(773-819)

 

당나라 중당기의 시인이다. 자는 자후(子厚), 세상에서는 류하동(柳河東) 또는 류류주(柳柳州)라고 한다. 하동(河東)(산서성수제현/山西省水濟縣) 사람인데, 장안에서 낳고 자랐다. 21세에 진사가 되고, 26세에 박학굉사과(博學宏詞科)에도 합격했다. 교서랑(校書郞), 감찰어사이행(監察御使裏行) 등을 역임했다.

805년 순종(順宗)이 즉위하자 예부원외랑(禮部員外郞)이 되어 왕숙문(王叔文), 위질의(韋質誼) 등과 함께 정치개혁에 참여하였으나 순종이 퇴위하자, 영주(永州)(호남성/湖南省) 사마(司馬)로 자천되었다. 이 영주에서는 노예해방 등 선정을 베풀어 유종원 사후에 이 고을 사람들이 묘(廟)를 짓고 제사를 지냈다 한다.

산수시(山水詩)에 뛰어나 당대 자연시의 사대가로 일컬어진다. 또 한유(韓愈)와 함께 고문부흥운동을 추진한 사람으로도 알려져 있다.

<유하동집(柳河東集)> 45권, <외집(外集)> 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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