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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카카오톡 하는 자와 하지 않는 자로 나뉜다

간천(澗泉) naganchun 2014. 11. 2. 19:01

카카오톡 하는 자와 하지 않는 자로 나뉜다

 

 

 

동창모임이 있었다. 초반에는 문자로도 모임을 알려주더니 이젠 감감 무소식이었다. 어느 날 친한 친구로부터 ‘내일 나갈거야! 나는 내일 집에 일이 있어서 못나가“라는 문자를 받았다. 나는 금시초문이었다. 모임이 내일 있는 줄 몰랐기 때문이다.

이유는 모임을 주최하는 친구가 카카오톡으로 모임공지를 내고는 나처럼 카카오톡을 하지 않는 친구에게는 문자를 따로 보내지 않았던 것이다. 귀찮아서겠지. 일괄로 한꺼번에 알리고는 모임 주최자로서의 임무를 다했다고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 친구는 나처럼 요즘 세상에 편한 카카오톡을 하지 않는 친구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굳이 새로운 세상에 뒤쳐진 친구한테 보낼 의미를 찾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누락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제외되었다.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받지 못해서 동창회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다. 그 모임에 가지 않았지만 서운하지는 않았다. 그냥 수다를 떠는 모임이었고 회원 일일이 챙기지 않는 회장이 운영하는 모임 같은 거 이미 진정성이 떨어졌다고 옹졸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기도 했다.

 

반면, 굳이 카카오톡을 하지 않아도 일일이 번거로울텐대도 문자로 공지사항을 알려주는 교육담당자를 만났다. 최근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있다. 이 모임에서는 준비물이나 다음 수업에 준비해야 할 숙제 등을 알리기 위해서 교육담당자가 종례시간에 공지를 하곤 했다. 그리고 잊어버리는 사람들이 있을까 해서 역시 카카오톡으로 공지사항을 다시 보내주는 배려를 하고 있었다. 나는 카카오톡을 하지 않아서 담당자가 알려주는 공지사항을 잘 숙지하고 숙제도 잘 하고 있다. 그래서 별로 불편하지 않고 똑같은 공지사항 여러 번 알려주는 것도 반갑지 않아서 신경쓰지 않았다.

 

내가 스마트폰으로 바꾼 지는 약 1년 3개월 정도 된다. 주변에서 카카오톡을 하지 않느냐고 아직도 스마트폰으로 바꾸지 않았느냐고 물어대면서 나를 자꾸 시대에 뒤처진 사람 취급하곤 한다.

 

별로 할 말도 없는데 실시간이란 그 매력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카카오톡이나 SNS를 한다. 신선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부분 단문의 추임새나 느낌표나 흥얼거림이다. 말풍선 주고받기이고 말풍선 보내기 놀이라는 생각도 든다. 스마트폰에서 자신이 만화의 대화 말풍선을 만들어 화면에서 확인하는 재미라고나 할까?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본다. 중요한 사항들은, 꼭 전달되어야 할 것들은 어떻게 전달이 되어지고 있는 것일까? 하고 생각해본다. 이 세상은 SNS 하는 자와 하지 않는 자로 나뉘는 것 같다. 어디에 속할 것인지 그 안에서 어떤 의사소통을 하며 인간관계를 해 나갈 것인지는 다 자기몫이다. 새로운 기계나 시스템, 또는 소프트웨어에 소외당하는 기분은 썩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즐거운 생활을 위해서 새로운 환경에 발을 디뎌볼까 생각도 해본다. 거기에 뭐가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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