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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미생

간천(澗泉) naganchun 2014. 11. 9. 18:20

미생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 특강이 있었다. 그 특강을 위해 강단에 선 어떤 교수의 이야기다. 소강당에 대학생들이 빼곡히 앉아 있었지만 어느 누구하나 강단 위 강사를 주목하는 학생이 없었다고 한다. 모두 고개를 수그리곤 스마트폰을 하거나 눈을 감고 있는 학생들 투성이였다고 한다. 당연히 강의를 할 의욕을 잃고 두 시간을 어찌 이끌어가나 곤혹스러워서 울뻔 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강의 도중에 직장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간단한 동영상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 순간만은 모든 학생들이 강단을 향했고 강단 위 스크린에서 나오는 영상에 몰입하더라는 것이다. 약 10여 분 동안 영상이 나오는 동안 학생들이 강의에 집중하는 듯 보여서 순간 안심을 했지만 그 때뿐, 영상이 끝나자 다시 원래대로 고개를 숙이고, 그 자리에 자신들이 왜 있느냐는 양 스마트폰 속으로 빨려 들어가더라는 것이다.

 

그 젊은이들을 혹하게 한 영상은 바로 지금 최고 시청률를 기록하며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미생’을 짧게 편집한 것이었다.

<미생>은 2014년 10월17일 첫 회가 방송된 <티브이엔> 드라마로, 직장인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려내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장그래(주인공)가 프로입단에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이다.

 

미생(未生)은 작가 윤태호다음의 <만화 속 세상>에 연재한 만화이다. 바둑을 소재로 다룬 작품으로, 바둑이 갖고 있는 특성을 절묘하게 직장인의 삶에 빗대어 인기를 끌었고 책으로도 발간되었다.

 

미생(未生)이란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음. 또는 그런 상태를 뜻한다고 한다.

 

예측불가능하고 미적지근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기 힘든 요즘 젊은 세대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드라마 ‘미생’.

그 말의 뉘앙스마저도 생소하고 묘한 기운이 감도는 이 말. 이 세상 모든 사람은 완전하게 살아있지 않는다는 그 뜻은 우리로 하여금 무엇을 어찌 하라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게 만들기도 한다.

이 만화를 처음에 기획하고 쓰고 그린 작가가 무척 존경스럽다.

아직 완전하지 않지만, 완벽해지지 못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라고 말해주는 듯 위로가 되는 드라마다. 수식이나 치장이나 어색하고 황당한 설정이 없는 드라마다. 힘을 빼고 잔잔하게 현실을 바라보며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 시대에 보기 드문 꾸밈없는 드라마다.

 

양념치킨 후라이드치킨 간장소스치킨 등 다양한 자극적인 맛이 유혹을 해도 여전히 담백한 닭백숙같은 그런 드라마라는 생각이 든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8시 30분에는 많은 젊은이와 그 윗 세대들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다고 한다. 미생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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