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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인터스텔라

간천(澗泉) naganchun 2014. 11. 23. 19:41

인터스텔라

 

 

나는 어릴 때 걱정이 참 많았다. 그 걱정은 거의 지구멸망과 관련된 어두운 그림자였다. 인간 한 사람, 혹은 나 혼자 이 지구상에서 없어지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인류 전체가 사라지고 마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인간의 역사가 사라지고 ‘올해는 몇 년도’ ‘몇 년도’ 하며 카운트 할 수 없는 그런 암흑의 세상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미어지고 숨이 콱 막히는 경험을 했었다.

 

어떤 때는 인류가 모두 사라진 그 깜깜한 우주를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림이나 영상으로 보았던 그 약간의 빛이 점멸하는 별들이 무수히 박힌 우주 공간을 떠올려 보면서 암울한 슬픔을 지우지 못했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다.

 

인터스텔라란 영화를 보았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우주영화, 공상과학영화 등 수많은 영화를 보아왔다. 그 공상과학영화, 우주로 가는 인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중에서도 더욱 어릴 적 나의 지구의 생존에 관해 고민하던 그 때를 떠올리게 하는 색다른 느낌을 주는 영화였다.

 

인류의 살 곳을 찾아야 하는 숙명을 지닌 사람들이 지구에서의 생을 포기하고 우주로 나선다. 시간의 개념이 상상을 초월하는 곳으로의 여행이기 때문에 낭만적이지도 않고 너무도 비참하고 비장하다. 돌아올 수 없는 길이기 때문이다. 왕복우주선이 있다곤 하지만 네비게이션이 있다곤 하지만 그 광할하다고 하는 우주에서 그 어디로 좌표를 정할 것이며, 과연 제대로 찾아 가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무엇을 푯대삼아??

 

영화에는, 우주 - 너무나 광대한 곳이기 때문에 인간의 물리적인 잣대로는 잴 수 없는 거리와 시간과 중력, 그리고 3차원과 4차원을 넘어 5차원의 세상까지 등장한다. 인간이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를 조금이라도 해결해나가기 위한 초월적인 그 무엇이 필요한데 영화에서는 웜홀이라는 것과 블랙홀이라는 그런 장치들로 설명하려 한다. 그런 곳을 통과하거나 하면 전혀 다른 차원이 펼쳐지는 식으로 이야기를 축약시키거나 확장시킨다.

 

과연 그런 것이 존재하는지 안하는지는 모르지만 인간의 우주 진출을 돕기 위한 하나의 장치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만든 장치 말이다. 어떤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서 제시된 열쇠같은 것이기도 하고 단서일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사실도 아닌 것이다.

인류는 우주로 나가서 웜홀을 찾아내기만 하면 뭔가 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우주는 그리 호락호락한 곳은 절대 아닐 것이며 지구상에서 느끼는 그 차원이 다른 세상은 어쩌면 우리 관념 속에 자리하는 그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인터스텔라라는 영화는 행성 간을 이동하면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행성을 찾아야 하는 사람들의 숙명을 다룬 영화이기도 하다. 그 광활한 우주 어느 한 행성에 착륙한 우주선에 단 한 명의 지구인이 기다리고 있다는 설정 말이다.

 

어디인지 모를 행성으로 파견되거나 어딘지 모르는 행성에 불시착한 지구인들이 지금도 신호를 보내고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뭔가를 해냈다는 것을 지구에 도달시키지 못하는 정보 소통의 단절, 기약 없는 미션수행과 인간이라는 물질적인 존재의 한계, 우리가 모르는 우리를 지배하는 그 차원이 다른 그 세상과 원리들 -- 수 많은 질문과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하는 영화 인터스텔라. 이 영화는 모처럼 굳은 머리를 감성을 세차게 휘저어 모든 것을 섞어 분해해버리는 회오리바람 같다.

 

바다는 7만 번 이상의 파도를 치고 새로워진다고 한다. 인터스텔라는 나의 머리와 가슴과 몸의 축을 완전히 뒤죽박죽 뒤흔들어 내 안에서 지진을 일으키고 혼란케하고는 다시금 나를 새롭게 셋팅해 주는 놀라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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