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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초록이 기가 막혀

간천(澗泉) naganchun 2013. 5. 13. 05:26

 

초록이 기가 막혀

 

 

 

 

초록(Green)이 기가 막히게 촉촉한 계절이다. 내가 발을 디딘 땅위에서부터 나의 손과 어깨 주변으로 머리 위로 온통 초록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발돋움을 하지 않아도 고개를 쳐들어 하늘을 우러러 보지 않아도 우리 눈높이에 한 가득 한 가득이다. 머리를 뒤로 젖히고 하늘을 볼라 치면 활짝 편 나무 가지와 그 가지를 에워싼 초록잎들이 하늘을 가릴 듯 말듯 살랑거리는 투명한 레이스마냥 아름다운 문양을 연출한다.

 

눈이 호사를 한다. 생물에게 녹색은 시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 때문에 도시에 사는 사람보다 나무나 숲이 많은 시골에 사는 사람의 시력이 더 좋고 넓은 초원이 많은 몽골인 등 유목 민족의 시력이 아주 좋다고 한다.

 

초록이라는 색을 그 어두운 느낌에서 밝은 값으로, 단계적으로 아주 세밀하게 점진적으로 팔레트에 펼쳐 보인다면 얼마나 멎진 그라데이션*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인가? 녹색 계열의 색상에는 그 색의 조합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겠지만 주로 녹색, 라임색, 올리브색, 암청색, 연두색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3월 1일부터 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나는 주변의 초록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다. 나무 이파리에서 녹색계열의 색상의 변화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이 즈음의 즐거움이다. 시시각각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이 식물들이 어떤 모양 변화를 하고 초록의 향연을 보여줄지를 증거로 남겨두고 싶어서였다. 그 변화과정을 어느 나무 하나에 집중해서 담을 생각인 것이다. 겨울을 막 벗어나 앙상했던 나뭇가지들이 바야흐로 그 가지는 촉을 세운다. 앙상했던 가지들이 잔뜩 곤두서있다. 가시도 아니건만 그 순하고 연한 잎들이 온통 기운을 한 곳에 모아 잎을 튀우기 위한 몸부림치는 것 같다. 이어서 잎이 먼저 나는 나무는 잎으로, 꽃을 먼저 내세우는 나무는 꽃망울을 터트리며 각양각색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 보아도 보아도 질리지 않는 사랑스러운 초록의 이파리들. 이 초록의 이파리들이 암청색으로 변하고 이윽고 노랑 혹은 빨강, 갈색으로 화장을 하고 흐르는 자연 속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앙상한 가지만 남을 때가 올 것이다. 그때까지 매일 매일 그 초록의 옷의 은은한 변화를 확인해가는 것이다.

 

디즈니에서 만든 영화중에 '티모시 그린'이라는 아이가 나오는 영화가 있다. 이 아이는 아주 고운 마음을 가진 나무의 요정이다. 다리에는 초록 이파리가 달려 있다. 인간들에게 즐겁고 행복함을 선사한다. 그때마다 그의 다리에 달린 초록잎은 하나씩 떨어진다. 모두 떨어지자 인간 아이로 살았던 나무의 요정이 자기 세계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내가 자꾸 이 이파리 울창해지는 나무 속을 들여다보는 이유는? 어쩌면 그 영화에서 본 귀엽고 상냥하고 사랑스러운 '티모시 그린'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 그라데이션/gradation ; 색채나 농담이 밝은 부분에서 어두운 부분으로 점차 옮겨지는 것으로, 농담법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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