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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여름향기 모기향

간천(澗泉) naganchun 2013. 7. 22. 05:54

 

여름향기 모기향

 

모기향은 어디에서 자신을 태우고 싶어 할까?

 

 나선형으로 된 모기향은 그야말로 밤새 일을 한다. 모기향 안에는 천연타이머가 내장된 듯하다. 서서히 조금씩 서두름 없이 자기 균일한 속도로 타 들어간다. 그 향기가 모기를 오지 못하게 하는 건지, 모기를 부르는 건지 가끔 헷갈릴 때가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에서도 여름 풍경에는 꼭 모기향을 피우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일본에서는 도자기로 돼지저금통만한, 어른 주먹크기만한 크기의 캐릭터도자기에 중간 부분이 뚫려있어서 그 안에 모기향을 넣으면 도자기의 눈과 귀와 코와 같은 구멍으로 향이 솔솔 피어나오게 되어 있는 도구가 있다. 여름을 상징하는 물건이다. 바람에 엎어지지도 않고 안정된 스타일을 하고 있다. 보기에도 좋다. 바닥으로 재가 떨어져도 도자기 안에 수납이 되니까 청결하다. 재를 처리하기도 좋고 씻어서 다시 깨끗하게 사용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모기향을 파는 회사에서 나온, 쇠로 된 작은 받침이 있지만 반드시 그 밑에 쓰지 않는 접시 같은 것을 두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향은 온 방향으로 퍼져나갈 지 모르나 바람이나 어린이의 손에 닿을까 조금 불안하기도 하다.

 

현대에는 물론 전기를 꼽고 하는 것, 센서로 하는 것, 뿌리는 것 등 모기를 퇴치하는 사물의 품목도 다양하다.

 

그래도 옜스러운 아날로그적인 것이 그립고 좋다. 향도 좋고...옷에 향이 베이는 것이 조금 흠이기는 하다.

 

 

최근에 일본의 오렌지페이지라는 잡지에 실린 그럴듯한 좋은 물건을 발견했다.

 

사용하다 버린 철제 캔을 재활용하여 얕은 양동이처럼 용기로 만들어져 있다. 우리나라의 작은 양푼이 같은 느낌이랄까. 화분 모양인데 너무 높지 않다. 뿌리를 박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둥그런 모기 향의 반이 바닥에 닿지 않을 정도의 높이라고나 할까.

 

양철로 만들어진 양동이 같다. 그런데 손잡이는 없다. 그 손잡이가 있어야 할 부분에 홈이 파여 있다.

 

그 홈에는 길 다란 젖가락락 굵기 정도의 쇠로 된 봉이 걸쳐져 있다. 거기에 나선형의 모기향을 가운데 걸어서 모기향에 불을 붙이면 모기향이 빙글 빙글 타들어가게 되어 있는 구조다. 철제의 시원한 느낌과 안전성, 재활용성, 야외에서도 사용 가능하고 왠지 멋스럽다.

 

무덥고 지치고 짜증나는 이미지의 여름에도 이렇게 지혜롭고 현명하고 그럴듯한 물건들이 있어서 지낼 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