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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모두 다 010으로 통일해!

간천(澗泉) naganchun 2013. 7. 8. 03:40

 

모두 다 010으로 통일해!

 

 

 

새로운 제품이 나오기 전에 정보를 알아두었다가 나오자 마자, 혹은 시장에 나오기 전에 먼저 써보는 사람을 얼리 어답터라고 한다. 나는 대부분 사람들이 어떤 새로운 것을 한참 향유하고 난 다음에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주로 멀티미디어나 통신기기, 전자제품의 경우에 그렇다. 손에 쏘옥 들어오는 작은 핸드폰이 진정한 팬드폰이라 생각하고 있다. 아직도. 어떤 외국인은 말하기를 요즘 나오는 넙적하고 얇은 핸드폰은 마치  '똑똑한 식빵' 같다고 했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죄~다 쓰고 쓰고 다 익숙해져서 식상해진 이 마당에야 나는 스마트폰 세대로 편입하게 되었다. 늦었다면 늦은 거지만 오히려 그게 앞서는 것일 수도 있다.

 

핸드폰이라는 것이 우리 생활에 등장하고 얼마 안 있어 나도 핸드폰이라는 것을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게 벌써 20년도 전의 일이다. 핸드폰이라는 것이 처음에 나왔을 때는 벽돌, 무기라고 별명이 붙을 정도로 컸다. 군이나 경찰 등에서 사용하는 무전기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것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왠지 있어 보이고 아무나 가지고 다닐 수 없는 그런, 나를 누군가와 구분지어 주는 도구였다.

 

그 뒤, 약 2~3년 뒤에는 상용화되면서 통신회사들이 몇 개 생기고 개인들도 핸드폰을 들고 다니게 되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나의 핸드폰 생활. 그 때 부여받은 011로 시작하고 그 뒤에 7개 번호가 이어지는 나의 고유 번호가 할당되었다. 그것을 사용하여 지금까지 왔다. 중간에 통신사를 이동하거나 하면 싸게 해준다는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고 예쁘고 좋은 핸드폰 사양에 따라 번호 이동 하지도 않고 그렇게 20여년 써 온 번호가 이제 바뀌어야 할 운명에 처해 있다.

 

주변은 거의 010으로 그리고 그 뒤에도 8개자리 숫자로 이어지는 번호로 모두 바꾸었다. 그래도 나는 고집하고 있었다. 왠지 번호를 바꾸어야 하는 상황이 싫었다. 번호가 바뀌면 자동으로 알림서비스를 해 줌에도 그렇다. 왠지 나의 주민등록번호 같은 식별 번호 같았기 때문이다.

 

올 해 말까지 핸드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모두 010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한다. 모두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한다. 그 겨울까지 버티어 보려고 했다. 그러다가 통신사를 옮기면 싸게 해 준다는 메리트와 기존에 사용하던 번호 앞에 3자만 붙이면 그냥 예전 번호와 거의 비슷한 배열로 된다는 점에서 바꾸게 되었다. 막바지에 가서 바꾸게 되면 자기가 원하는 번호를 부여받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는 소리를 들어서이다.

 

지금 사용하던 핸드폰은 거의 7년을 사용했다. 아직도 창창하다. 그런데 바꾸어야만 했다. 핸드폰가게 사람은 그런다.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교체 주기가 2년 정도라고 한다. 너무도 새로운 신상들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자주 바꾸어서 새로운 것으로 갈아타게 만드는 기술도 발달하는 듯 하다. 액정이 빨리 깨지거나, 깨지면 액정을 교체하는 값이 오히려 기기를 새로 바꾸는 것이 더 효과적일 정도로 만드는 등 다양한 술수들이 다양하다.

 

정말로 그것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들여다보고 있지 않아도 되는데 사람들이 모두 그 작은 네모난 연못 속을 들여다본다. 뭐 건질 것이라도 많은가보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서는 지하철이든 어디서든 사람들이 '올 전화가 있는데..'하고 오지도 않은 핸드폰을 마냥 들여다보는 노심초사증에 걸린 사람들 같다.

 

하지만 나도 이제 그 일원이다. 전자수첩이나 전자사전, 전자계산기만한 이 전화기를 마치 판도라상자마냥 들여다 볼 것이다. 삶을 즐기는 만화경쯤으로 생각하고 편안하게 이 기계와 친해지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