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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꽃보다 할배 & 꽃다운 할매

간천(澗泉) naganchun 2013. 8. 5. 06:05

 

꽃보다 할배 & 꽃다운 할매

 

 

 

 요즘 멀티미디어 활용에 대한 강의를 들으러 다니고 있다. 사무를 보면서 왠만하게 컴퓨터를 다룬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너무나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이 나와서 그것을 활용하여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면 자꾸만 제자리에 머물러 있게 되고, 아주 사소한 기기의 작동도 하기 어려워하면서 생각도 굳어지게 되는 것 같아서이다. 컴퓨터나 스마트기기가 내 앞에 있고 손에 쥐어져 있어도 십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답답하다. 아주 최소한의 기능만을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왠지 잘 써보고 싶어진다.

 

 회사 같은 곳에서는 스마트기기 작동법을 가르켜주는 역멘토링이 유행이라고 한다. 상사가 부하직원을 지도하는 것에서 벗어나 상사에게 직원들이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자꾸만 상사가 물어보아서 업무 중단사태를 가져오기도 하고, 자꾸 물어보는 상사가 얄밉기도 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반대로 자꾸 물어보는 것이 미안하고 민망해서 우물쭈물 벙어리냉가슴 않는 상사들도 많다고 한다. 스마트기기로 인해 소통보다는 스트레스 가득한 직장인 풍속도가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광고가 생각단다. 유명 연예인이 새로운 아이스크림을 선보인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먹는지 몰라서 당황해 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러자 주인공은 '줘도 못먹나!'하고 빈정거리면서 아이스크림 용기 하단에 있는 공간에서 작은 플라스틱 숟가락을 꺼내서 아이스크림을 보란듯이 맛나게 떠먹는다는 내용이다. 나도 스마트폰을 주어도 컴퓨터가 있어도 못먹는 꼴이다.

 

 멀티미디어 활용을 배우는 교실에는 지역자치단체의 평생학습센터이니만큼 시간이 자유로운 어르신들이 많이 오신다. 그것도 아주머니나 할머니 보다는 장년에서 노년으로 접어드신 노신사분들이 많다. 그리고 그 분들의 특징은 과묵한 듯 하지만 삼삼오오 함께 주변에 몰려 앉아서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강의에 참여한다. 강사가 작동법을 설명하는데 잘 이해가 되지 않으면 모두가 들리게 '왜 이게 안되지. 어디를 누르라는 거야!' 등등의 말을 한다. 그러면 그 옆에 조금 오래 다녀서 잘 아는 노신사가 끼어들어서 강사처럼 훈수를 두고 강사가 이야기할 내용을 자기가 이야기 해준다. 어떤 때는 잘 모르고 항상 헤매는 노신사에게 그것도 모르냐고 핀잔을 주기도 하고, 젊잖게 선비처럼 타이르면서 했던 이야기를 자꾸만 반복해서 학습시키는 광경도 본다.  집 주변 등산로도 그렇다. 역시 노신사들이 삼삼오오 친구들끼리 몰려다닌다. 여자들도 많이 몰려다니면서 수다 떨고 스트레스를 해소하지만, 노신사분들은 아주머니들 수다 못지 않다. 마치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에 있는 학생들이 모인 개구장이 그룹같이 떠들석하다. 

 

 한편, 수다와 몰려다니기로 이미지되는 아주머니는 있지만 왠지 할머니들은 따로 떨어진 외딴 섬들처럼 지낸다. 그동안 남편 뒷바라지와 가족들 챙기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버려서 어울림에 대한 소망을 이룰 여유가 없었기도 하다. '꽃보다 할배'들은 자기들끼리 마치 할매치마자락에서 벗어나서 해방을 만끽하는 것이 할배들의 로망으로 여기는 듯 하다. 그런데 우리 할매들은 어찌해야 하나. 할배가 살아서 함께 해주지 않으면 꽃다운 할매들은 손주들하고 놀거나 혼자 관절염과 씨름한다.

 

 '꽃보다 할배'들의 여행기가 요즘 세간의 화제다. 그 방송프로그램을 보면서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는 중년 남자의 이야기도 신문에서 보았다.  나이 들면서 특별한 일정을 계획하지 않고도 함께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해보지 못했던 사소한 일들을 함께 해보는 친구는 참 소중하다. 그때를 생각하면 좋은 친구 잘 유지관리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와 다른 세대의 풍류나 감성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제대로 이해했다 할 수 없다. 간접적으로 각각의 세대를 접하면서, '아! 이런 느낌들을 공유하고 계시구나!'하고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는 것이리라. 그래서 더더욱 모든 세대의 트렌드나 생각들, 라이프 스타일이 제각각 존중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꽃보다 할배님들! 끼리끼리 할배님들! 악동 할배님들! 꽃보다 할배들의 장난기 가득한 모험기가 더운 날에 조금은 시원한 청량제 역할을 해주는 듯 하다.  그리고 꽃처럼 고운 우리 할매님들의 삶도 실컷 응원하고 싶다. <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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