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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모기장의 추억 (수요일에 올리게 된 월요단상)

간천(澗泉) naganchun 2019. 8. 14. 06:44

모기장의 추억



불현듯 생각하게 된 일이다.

밤에 잘 때 얼굴 주면을 맴돌며 ‘윙윙’ 거리며, 어지럽게 신경거슬리는 모기소리를 듣지 않게 되었다는 것. 그도 그럴것이 집 창문마다 방충망과 모기 살충제와 전기 모기향으로 탄탄하게 방어를 하기 때문.



어릴 적, 특히 여름방학은 시골 외할머니 집에서 지내던 일에 대한 추억이 가득이다.

고요한 시간 속에 들리는 것은 외양간 소의 울음소리와 닭들의 움직이는 소리, 매미소리와 강아지소리와 새소리.

가깝게는 부엌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서 밥을 지을 때 ‘치익~’ 하면서 밥솥에서 물이 미끄러지며 나는 소리와 아궁이 속 마른 나뭇가지나 마른 풀이 튀면서 나는 ‘따각’ ‘틱’하는 소리.

가~끔,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는 신작로에 차가 지나가면서 내는 자동차 소리만이 까마득하게 들리는, 그런 고즈넉한 시골.


외할머니 댁에 가면 방이나 마루 한쪽 벽면에는 모기장이 돌돌 말려서 매달려 있었다. 그 당시에는 물론 외가댁에만 있는 풍경은 아니었지만 특히 생각나는 정경은 외가댁에서 보고 체험한 모기장이다.


밤에는 돌돌 말려있던 그것을 펴서 네 귀퉁이에 달린 고리에 연결된 끈을 잡아당겨서 벽에 고정된 고리에 묶는다. 촘촘한 망사로 이루어진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투명한 파란색 그물망. 그 4각형 텐트 안에 요를 깔고 모두 도란 도란 모여서 함께 잠을 잔다. 모기장 밖에는 모기향을 피워둔다.


에어콘이 없던 시절 집의 창문은 모두 열어 두고, 모기들이 들어오더라도 접근을 불허하는 모기장에 의지해서 안심하고 잠을 청하던 여름 필수 장치 모기장.


모기장의 몇 군데에 구명이 나면 (이건 아마도 네 귀퉁이에 묶는 끈을 너무 쌔게 잡아 당겨서 뚫어지거나, 모기들이 한꺼번에 공략을 해서 구멍을 뚫었거나 등등의 이유이겟지만) 구멍이 난 곳에 다시 덧댄 부분들이 보인다. 마치 모기장에 거미줄을 친 듯한 느낌이다.


화장실이라도 다녀 올라치면 재빨리 모기장을 걷어 올려서 몸을 내보내고, 바로 모기장 밑부분을 요 밑으로 집어 넣어서 틈새가 없도록 수습하는 일은 모기장 안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역할이다. 모기의 침입으로부터 철통보안을 하기 위한 인간들의 재난 훈련과도 같다.

모기장. 지금도 있기는 하지만 잘 사용하지 않지만, 그때는 흔하게 즐겨 사용하던 사물들과 우리들의 정겨운 공생관계.


이 무더운 여름에 특히 그리운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