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창신 溫故創新 ongochangsin

단상/월요단상

낙엽

간천(澗泉) naganchun 2018. 11. 4. 08:12

낙엽





노란 은행잎이 한 가득 소복이 내려앉은 캠퍼스 가로수 길

방금 옆으로 차 한 대가 지나가면서 느낀 느낌이다.



‘방금 결혼했습니다’ 라는 푯말 풍선

흔치 않은 고급 꽃으로 한껏 솜씨를 부린

신랑 신부를 태운 차가 지나갈 때


찌랑 찌랑 거리며 빈 깡통들이 끈에 이끌리어

신나게 연달아 따라 날리는 것인가 했다


잔잔한 쇳소리 서렁 서렁 사각 사각 거리며

이파리들의 퍼레이드가 바람길 따라 흩날린다



싸릿대 빗자루 쓰각 쓰각 정돈된 가락에

잎들이 한데 모아져도



다시 나뭇가지에 매달리지는 못함은 이미 저도 알고

이 한 철 제 색 완연하게 꽃피우고 가니 미련 없다는

흥겨움이다



잎은 지면서 저 여기 있었노라고 노래한다

절대 슬퍼하지 않는 것 같다.

떨어지는 것을 보고 애설퍼 하는 것은 인간들의 오판



한 가지 조금 마음 쓰이는 것은

잎들이 이내 떨어져 그 나무의 뿌리 언저리에 쌓이면

어디로 가지 않아도

제 나무의 거름이 될 것이라는 사명이 있었던 것을.



길 바닥에 떨어진 낙엽은 그림으로도 문양으로도 보아주지 않는

바로 바로 없애야 할 해충 쯤으로 안다



내리면 이내 쓸어져서 자루 속으로 자루 속으로

어딘지 모를 곳으로 봇짐 유괴어지는



이젠 제 미션 거름이 되는 낙엽의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고

우리는 빨리 치우려 애써 그 흔적 없애려 가두고 가두고

그 낙엽 일당들을 소탕하는 이 가을 바쁜 한 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