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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기계 손

간천(澗泉) naganchun 2018. 10. 21. 10:48

기계 손



사람의 몸을 감싸 안는 식으로 설계된 묵직한 안마의자가 인기다.

왠만한 가정마다 거실이나 방의 많은 공간을 차지하며 소파 이상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사람 손으로 안마를 해 주는 것처럼 시원하게 근육을 풀어준다.

그만하라는 작동 지시를 내리지 않는 한, 전기 스위치를 끄지 않는 한 이 기계 손은 쉼 없이 짜여진 프로그램대로 부지런히 제 할 일을 한다.


물론 묵묵하지 않다. 조용하지 않다. 다소 시끄럽다. 기계 소리가 거슬리기도 하지만 그 정도쯤이야 감내해야 한다.


이 기계에도 맹점, 혹은 사각지대가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의자는 손이 가지 않아서 애석한 구석이 있다. 발바닥도 그렇고 복부나 어깨 부위 같은 곳은 시원하지 않은 느낌을 남기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부모님의 예를 보면, 안마 의자에서 안마를 받고도 시원하지 않으신지 ‘곰의 손’처럼 생긴 작은 보조 안마기구의 힘을 빌리고 싶어 하는 경우도 보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을 대신해서 그 기계손이 친절하게 피로를 풀어드리니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모른다. 내가 사 드린 것은 아니지만 우리 부모님 곁에 제 3의 효자가 있어주어서 조금은 안심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과 손길이 필요하다. 부모님도 꼭 그렇다. 다정하게 따스하게 손을 잡아드리고 안아드리고 주물러 드리는 그 손길에 부모님은 마음 속 시름이 주름 펴지듯이 다림질 된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그 안마기계에 계실 때 이렇게 말한다.

‘지금 다림질 중이시다’ 고.


이 인간 손은 다음 뵈러 갔을 때 기계손이 닿지 않았던 곳까지 시원하게 주물러 드릴께요. 그 동안에는 기계손의 힘에 의지해서라도 기운을 내주시기 바랍니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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