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의 불평불만
어느 날 얼굴에 있는 입이 문득 생각했다. 자신은 세 끼니의 식사를 하게 하여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얼굴의 맨 밑에 있는 것이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입은 바로 윗자리에 있는 코에게 불평을 말하였다.
<너는 먹여주는 것 같은 중요한 일도 하지 않으면서도 나의 머리 위에 떡 버티고 앉아 있으니 염치가 없지 않은가.>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코가 한바탕 웃으며 반박을 한다.
<너는 그렇게 생각할는지 모르지만 나는 더 중요한 호흡하는 일을 하고 있다. 너도 이 구실을 조금은 하고 있지마는 그것은 너의 본래의 의무는 아니다. 큰 입을 벌리고 호흡을 하고 있다면 목이 아프고 병이 되며 입을 벌리면서 거리를 걸어 다니면 너를 바보로 볼 것이다. 게다가 식사는 2, 3일 하지 않아도 죽는 일은 없지만 호흡은 그렇지 않다. 잠시라도 쉬는 일이 없다. 그러니까 얼굴 가운데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입은 코가 하는 말을 듣고 보니 과연 그렇다고 수긍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떻든 입과 코 사이에서는 서로 이해가 되어서 입은 코에게 말하였다.
<그런데 말이야. 눈이라는 놈은 이상한 놈이다. 먹거나 호흡하지도 않으면서 잘난 척하여 두 개나 코 위에 버티고 있으면서 우리들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이런 불합리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러자 코는 그렇다고 동의하면서 그를 골려주자고 하게 되었다.
<우리들은 매일 음식과 호흡함으로써 생명을 유지시켜주고 있다. 그런데 너는 별로 큰 임무도 수행하지 않으면서 거만하게 우리들 위에 버티고 있어서 우리들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괘씸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하고 힐난했다.
그러자 눈이 말하였다.
<사실 나는 너희들이 말하듯이 음식도 호흡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에게는 나의 중대한 임무가 있다. 너희 들은 잘 모를 터이지만 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의 위험물이 있어서 자칫하면 사람의 생명을 빼앗으려고 기다리고 있다. 그것을 내가 높은 곳에서 감시하고 있으니까 피할 수가 있는 것이다. 만일 내가 임무를 게을리 한다면 횡사를 면치 못할 수도 있다. 만일 내가 입 밑에 혹시 턱밑에라도 있으면 중대한 임무를 다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서는 입도 눈도 반박할 수가 없다. 그들은 이해하고 이야기는 일단 가라앉았다. 그러나 입으로서는 한 가지 아무래도 이해되지 않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눈썹의 존재이다. 거의 무능하고 하는 일도 없는데 얼굴의 가장 윗자리에 있는 것이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삼자가 눈썹에게 담판을 하기로 하였다.
<우리들은 음식이라든지 호흡이라든지 감시하는 일 등 각각 중요한 임무를 다하고 있는데, 너는 무슨 임무를 지니고 있어서 얼굴의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고 게다가 하나도 아닌 둘씩이나 다수의 동족들이 떼를 지어서 차지하고 있는 것이냐. 그 이유를 알고 싶다.>
이 말을 듣고 눈썹은 별로 미안하다는 기색도 없이 대답하였다.
<너희들의 수고에는 매우 감사하다. 단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잘 모른다. 너희들은 자신의 임무에 대해서 남에게 자랑할 만한 것을 가지고 있지만 나에게는 그런 것은 없다. 단지 이렇게 하라고 하는 옛날 그대로 하고 있을 뿐이다.>고 말하였다.(청나라 시인 유곡원(兪曲園)의 <안면문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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