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길가메시의 책모
우루쿠 성에 도착한 사냥꾼은 길가메시왕에게 알현을 청했다. 소원은 이루어져서 사냥꾼은 궁내로 안내되었다. 길가메시왕은 닦인 구리로 만들어진 그 위를 붉은 융단이 깔린 옥좌에 좌정하고 있었다. 마치 절대신 아누처럼 거룩하게 힘이 강하게 느껴졌다. <산의 사냥꾼이여 무엇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들었다. 체면 보지 말고 말하여라.>하고 길가메시왕은 사냥꾼에게 소리 질렀다. 그 소리는 우레처럼 사냥꾼의 귀에 들렸다. <위대하신 길가메시왕이시여, 산에서 야수와 같은 남자를 만났습니다. 매우 위험한 남자입니다. 내가 걸어놓은 덫을 모두 부수어버릴 정도로 힘이 강한 남자입니다. 짐승들을 지배하고 물 마시는 장소를 독점하고 있습니다.> 사냥꾼이 산에서 본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그 때의 무서움을 생각했는지 사냥꾼의 입술은 떨고 있었습니다. 왼손 손가락을 이마에 대고 길가메시왕은 잠자코 사냥꾼의 말을 듣고 있었다. 사냥꾼이 이야기를 모두 마치자 잠시 생각에 잠긴 듯이 길가메시왕은 눈을 가늘게 감고 그리고 입가에 슬그머니 웃음을 띠우고 눈을 크게 떴다. 강렬한 빛이 사냥꾼의 두 눈을 덥자 사냥꾼은 마루에 엎드렸다. 길가메시왕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사냥꾼이여 내 말을 잘 들어라. 궁전에서 섬기는 일을 하는 창부를 한 사람 데리고 짐승들이 물 마시는 장소에 간다. 그 남자가 물 마시는 장소에 나타나거든 창부의 옷을 벗겨 알몸으로 하여 그 몸을 그 남자에게 보여준다. 아마도 그 남자는 창부를 보고 흥분하여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그로부터는 틀림없이 남자는 그 창부와 살게 될 것이다. 이윽고 남자는 단지 한 사람의 남자 아무 쓸모가 없는 남자가 되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산 짐승들은 남자를 버리게 될 것이다.>하고 말하고서 길가메시는 유쾌한 듯이 크게 입을 벌리고 웃었다. 사냥꾼은 길가메시 앞에서 물러나서 길가메시에게서 받은 창부를 데리고 다시 산으로 향하였다. 사냥꾼과 창부는 산에 들어가자 곧장 바로 짐승들이 물 마시는 장소로 향했다. 두 사람은 물 마시는 장소에 닿자 거기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 몸을 숨겼다. 이틀간 사냥꾼과 창부는 엔기두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삼일 째 아침이다. 엔기두가 짐승들을 이끌고 물 마시는 장소에 나타났다. 야수들은 즐거운 듯이 물을 마시고 엔기두는 그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면서 물을 마셨다. <지금이다. 그가 있는 곳으로 가서 옷을 벗고 너의 몸을 보여주어라. 너의 매력으로 그를 유혹하는 거다. 무서워할 것은 없다. 틀림없이 그는 너의 포로가 될 것이다.>하고 사냥꾼은 창부에게 말하였다. 사냥꾼이 창부의 몸을 밀었다. 창부는 체념한 듯이 일어서자 엔기두를 향하여 걸어갔다. 창부의 인기척에 엔기두는 얼굴을 들고 창부를 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창부는 주저하지 않고 옷을 벗고 맨 알몸으로 눕고 다리를 벌렸다. 창부의 매력이 엔기두를 붙잡았다. 엔기두는 창부에게로 달려가서 창부의 몸을 덮었다. 지금까지 느껴본 일이 없는 강한 욕망이 엔기두의 전신을 맴돌았다. 엿새와 이레 밤사이에 엔기두는 창부와 어울렸다. 그 사이에 엔기두는 동물들에 대해서는 돌아보지 않았다. 엔기두는 자신이 태어난 목적이나 무엇이든지 잊고 창부에게 빠졌다. 창부에게 만족한 엔기두는 처음으로 창부의 몸에서 떨어져 그 얼굴을 동물들에게 돌렸다. 엔기두에 보인 동물들은 모두 도망쳤다. 엔기두는 그 뒤를 좇으려 악을 썼으나 다리가 이전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굵은 나무 가지를 꺾으려고 헸으나 오히려 놀랐다. 이전과 같은 힘을 낼 수가 없었다. 엔기두의 몸에서 야수와 같은 빠름이나 강함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길가메시가 노린 그대로 엔기두는 보통 사람이 되고 야수들에게서 버려진 것이다. <엔기두>와 창부가 엔기두의 이름을 불렀다. 그 말이 엔기두에게는 이해되었다. 야수의 성질을 잃은 대신에 엔기두는 인간의 말과 지식을 얻은 것이다. 엔기두는 창부에게로 가서 그녀 발밑에 앉았다. 그리고 창부의 얼굴을 보았다. 엔기두는 아름답다고 생각하였다. 마음이 기쁨으로 가득 찼다. <신처럼 현명한 사람, 엔기두이다. 왜 짐승들과 산을 배회하려는 것입니까. 당신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이 아닙니까.> 창부의 말을 들은 엔기두는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생각해 내려고 하였다. 그런 엔기두의 모습을 보고 창부는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당신을 우루쿠의 도시로 데리고 가렵니다. 아누와 이슈탈트를 모시고 있는 아름다운 나라 우루쿠로 말입니다. 거기에는 폭력으로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길가메시왕이 있습니다. 당신은 우루쿠에 가서 길가메시왕의 악정으로부터 사람들을 해방시켜야 합니다. 당신은 야수 같지 않아졌으나 그 강함은 다른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합니다. 길가메시왕이라도 당신을 이기지는 못할 것입니다.> 창부의 말이 엔기두에게 자신의 사명을 생각해내게 하였다. <여자여, 잘 말해주었다. 자 나를 우루쿠에 데려가 주시오. 길가메시가 폭력으로 지배하는 나라로. 나는 거기에 가서 길가메시를 때려눕히고 모두를 살리겠소.> 하고 엔기두는 힘 있게 말하였다. <꼭 길가메시왕은 당신을 꿈속에서 보고 놀란 것이오.>창부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옷을 둘로 나누어 그 한 쪽을 자신이 입고 다른 한 쪽은 엔기두에 입혔다. 그리고 애교를 부리며 엔기두의 가슴 속으로 자신의 몸을 내 맡겼다. 엔기두의 전신을 따뜻한 피가 흐르고 우아하고 착한 마음이 마음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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