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창신 溫故創新 ongochangsin

일화 보따리/일화 보따리

한 권의 책과 두 제자

간천(澗泉) naganchun 2011. 11. 25. 04:32

 

 

한 권의 책과 두 제자

 

 

삼국지에서 유명한 군사 촉한(蜀漢)의 제갈공명(諸葛孔明)이 젊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공명과 사마의(司馬懿=仲達)는 친구로서 같은 스승의 가르침을 받은 동창이었다.

두 사람의 스승은 기서(奇書)를 가지고 있어서 그 책을 좋은 제자에게 물려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날 스승이 두 사람에게 병법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돌연 뒷산에서 한 사람의 나무꾼이 굴러 떨어졌다.

스승은 모른 채하고 강의를 계속했다. 사마의도 아무 생각 없이 강의를 듣고 있었지만 공명은 곧 바로 밖으로 나가서 그 나무꾼을 일으켜 부추겨주고 치료해주었다.

또 한 때 공명은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편지를 받아서 즉시 휴가를 청하고 울면서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얼마 없어서 이번에는 사마의에게도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편지가 왔다. 그는 편지로 답장을 한 장 내고는 집에는 가지 않았다.

 

일 년 후 스승은 병이 들어서 병상에 눕게 되었다. 두 사람의 제자는 간병에 당하였는데 병은 날이 갈수록 위중해갔다.

그러던 어느 날 공명이 스승의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산에 약초를 캐러 간 사이에 스승은 인사불성에 빠지고 말았다. 이 틈을 이용하여 사마의는 서둘러서 기서를 훔치고 재빨리 고향으로 돌아 가버렸다.

 

스승이 의식을 도로 찾았을 때 마침 공명이 산에서 내려왔는데 사마의는 보이지 않았다.

스승은 모든 것을 알고 침대 밑에서 기서를 꺼내어 공명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내가 죽거든 내 시신을 화장하고 이 집도 불태워서 어딘가 멀리 가서 이 책의 깊은 뜻을 찾으라.>

공명은 스승이 운명하시자 유언에 따라 일을 처리하고 고향으로 돌아가서 그 기서를 정독하였다.

 

한편 사마의는 고향에 돌아가서 훔치고 온 기서를 펼쳐보았다.

그런데 그 속에는 <천하를 다스리려면 백성을 사랑하고 어버이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두 가지가 빠진 자에게 어찌 이 기서를 전할 수가 있겠는가?> 하고 적혀 있었다.

사마의는 놀라고 화가 나서 사람을 데리고 진본 기서를 찾으려 스승의 집으로 돌아갔으나 이미 스승의 집은 모두 불타서 재가 되고 말았었다.

 

(주)

①제갈공명(諸葛孔明)-중국 삼국시대 촉(蜀・)나라의 재상. 촉나라의 왕 유비(劉備)의 삼고초려로 유비를 도와 촉나라 건국을 도움. 후 오장원(五丈原)에서 위나라 군에 죽음.

②가마의(司馬懿)-중국 삼국시대 위(魏)나라의 장군. 자를 중달(仲達)이라 한다. 촉나라 제갈공명의 북정을 오장원(五丈原)에서 물리치고 후에 위나라의 실권을 잡음.

 

 

'일화 보따리 > 일화 보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형을 면한 크로이소스  (0) 2011.12.07
석가모니와 어느 촌장의 대화  (0) 2011.11.30
문자의 광망  (0) 2011.11.19
이상한 모자  (0) 2011.11.12
비파는 나도 탈 수 있다.  (0) 2011.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