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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부모님의 마음은 '양파'

간천(澗泉) naganchun 2013. 6. 3. 04:35

 

부모님의 마음은 '양파'

 

 

 

최근 고향 부모님을 뵙고 왔다. 부모님 댁은 실과 바늘처럼 항상 함께 하시는 두 분이 계셔서 마음이 푸근한 곳이다. 정든 집이다.

두 분이 살아가시기에 불편함이 없으시겠지만 나는 가끔 어쩌다 가끔 방문하면 여기 저기 보충하고 수선하고 싶은 부분들이 보인다.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이어서 그게 문제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대단한 것을 해드리고 있지는 못하기 때문에, 해 드린다 해도 아주 사소한 작은 물건에 지나지 않고 그저 생색내기에 급급하지만 말이다.

 

물건을 재활용하시고 항상 알뜰과 검소함을 실천하시는 부모님. 내가 뭔가를 보충할라치면 '돈 쓴다'고 '애쓴다'고 항상 거절하시고 거부하시고 사양하신다. 걱정 말라고 하신다. 돈을 아끼라고 하신다. 쓸데없이 돈 쓰지 말라고 하신다. 당신들 방식대로 사시니 네 삶이나 알아서 하라고 하신다. 딸이 부모님의 삶에 간섭을 하고 신경 쓰는 것이 안타까워서 거절의 몸짓을 크게 하신 것이다. 딸의 에너지를 아껴주고 싶으신 거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하고 싶으면 그냥 한다. 무턱대고 그 분들의 취향이나 편의는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내 마음대로 해 버린다. 부모님의 말씀을 거스르는 것이다. 부모님의 훈계를 듣지 않고 순종하지 않는 셈이 된다. 부모님의 마음은 양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불편을 불편이라 생각하지 않으시고 감내하시는 성향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시는 말씀은 상대방을 배려한 것이며 당신들은 참고 견디신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작은 불편쯤은 해소해서 소소한 편리함은 누리고 사셔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이기도 하다. 부모님은 그것 마저도 사치라고 생각하시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여기서 나는 생각했다.

부모님의 말씀에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성경 잠언의 말씀을 살펴본다. 다음 중 나는 어느 항목에 맞게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➀ 네 부모님을 공경하라. ⇒ 나는 부모님을 공경한다. 사랑한다.

 

➁ 네 부모님을 즐겁게 하며 기쁘게 하라. ⇒항상 그것이 나의 지상 목표다. 젊을 때는 나 혼자 생각하느라 부모님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제는 그 마음을 헤아려 드리고 싶고 즐겁게 해드리고 싶은 것이 나의 사명이다. 그게 잘 안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➂ 지혜로운 아들은 아비의 훈계를 들으나 거만한 자는 꾸지람을 즐겨 듣지 아니 하느니라. ⇒ 그렇다. 나는 부모님을 생각한다면서도 훈계를 듣는 척 마는 척하고 내 의지대로 해버린다. 부모님께 편할 거라는 내 생각만 가지고 말이다. 꾸지람은 듣기를 싫어한다. 아예 '네~네~'하고 얼버무리면서 괜한 꾸지람이라고 생각하고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➃ 자녀들아 모든 일에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는 주 안에서 기쁘게 하는 것이니라. ⇒ 여기서 나는 순종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모든 행동은 반대로 하는 것 같다. 청개구리처럼 말이다. 부모님의 하시는 말씀은 '필요없다. 나는 그런 것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대로가 좋다' 라고 말씀하시는데 나는 그 말을 귀로 흘려버리고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저질러버린다.(물론 작은 것이다. 큰 것은 해드리지 못한다). 아끼고 아끼라. 정도 아끼라는 말씀에 항상 나는 그 반대로 한다. 그래야 하는 것 같아서다.

 

➄ 네 아비의 훈계를 들으며 법을 떠나지 말라 이는 네 머리의 아름다운 관이요 네 목의 금 사슬이니라. ⇒ 그렇구나~! 이제야 내가 제 자리 걸음인 이유를 알겠다. 훈계 듣기를 하지 아니하고 부모님의 마음이 그 말씀과는 다를 것이라고 억측해서 내 멋대로 해서인가 보다.

 

이제부터는 부모님이 '난 그런 거 필요하지 않다. 쓸데없는 것 사지 말아라'라고 하시면 정말 그렇게 해야 하겠다. 진심으로 순종해야 하겠다. 그래야 나도 한발자국씩 부모님이 궁극적으로 원하시는 가치 있는 삶으로 진보를 하게 될 터이니 말이다.

 

아니다. 그래도 나는 지금까지처럼 부모님 마음을 조금 의심해보고 반대로도 계속 하면서 양파같은 부모님 마음을 파헤쳐 시원하게 해드리고 싶다. 한 겹 한 겹 벗겨내면서 부모님의 말 못하는 속내를 탐색하기를 그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