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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그 뒤론 어떻게 되었을까?

간천(澗泉) naganchun 2013. 6. 10. 05:42

 

그 뒤론 어떻게 되었을까

 

 

최근 시민을 위해 조성된 탄천 길을 따라 모처럼 달리기 연습을 했다. 토요일 아침 해가 따갑게 내려 쬐는 오전. 얼굴이 검게 타지 않기 위해 중무장을 하고 달리기에 나섰다. 약 1달만의 훈련 재개여서 호흡이 곤란하여 3킲로미터를 천천히 뛰고 1킬로미터는 천천히 걸었다. 느긋하게 걷기가 그 순간의 목표였다. 나는 너무 조급한 것이 문제이기 때문에 걸을 때는 의식적으로 천천히 어깨 펴고 걸어보려고 무던히 노력하는 중이다. 그런데 그게 금새 빠른 모드로 돌변하곤 한다. 즉, 머리가 앞으로 수그려지고 보폭이 빨라지면서 걸음걸이가 시골아낙처럼 된다. 우아하지 않다.

 

어쨌던, 그렇게 천천히 걷고 있노라니 자전거를 타고 휙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 어떤 여성분이 마치 낭만적인 청춘 드라마에 나옴직한 의상에 자전거 바구니에는 들꽃을 싣고 달려간다. 노란 꼿과 하얀 꽃이 참 예쁘다. 내가 달리는 여정에서 길 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그 꽃들이다. 지금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그 서양민들레와 하얀 꽃이다. 들꽃은 아름답다. 그런데 아름답다고만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지천에 널려 있는 이 노란 서양민들레는 보기에는 좋지만 토종식물을 해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번식력이 너무 강해서이다. 지금 6월 같은 철에는 그 퍼지는 속도가 어느 통신사의 광고마냥 '워-프(warp)' 속도다. 우주에서 시공간을 초월해서 이동하는 광속도 말이다.

 

그건 그렇고 그 뒤론 어떻게 되엇을까? 저 꽃은 꺽어서 집으로 가져가서 화병이나 뭐 그릇에 장식을 한 뒤에 그 꽃은 어떻게 되었을까?

서양 영화에서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데이트 신청을 할 때, 여성의 집에 데리러 갈 때 꽃을 사거나 각각 그 집 정원에 심겨진 꽃을 꺾어서 작은 꽃다발을 만들어 가서는 문을 '딩동'하고 누르면 여성이 나오고 남성은 그 작은 꽃다발을 여성에 건네곤 하던데. 그 건네받은 꽃은 그 뒤로 어떻게 되었을까?

 

데이트 나갈 때 그 꽃을 부케처럼 들고 나가서 놀다가 어딘가에 두고 오는 것일까? 시들기 전에 누군가에게 릴레이 바톤 텃치하듯이 그것을 건네주는 것일까? 아니면 시들면 어딘가에 그냥 버리고 오는 것일까? 선물로 받은 것이니 그 성의를 생각해서 버리지 못하고 사뿐히 어딘가에 두고 오고 마치 잊어버리고 온 것처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받은 순간 집안 어딘가에 두면 엄마나 가족 누군가가 그것을 화병에 장식하여 당분간이라도 그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것일까?

 

그 뒤론 어떻게 되었을까? 순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사라지는 꽃들이여. 그대들은 그뒤로 어떻게 시들어 이 세상을 떠나갔는가? 무척 궁금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