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서 가장 유쾌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코 쑥빼씨다. 그녀는 항상 웃는다. 환하게, 귀엽게, 또 힘차게. 치매가 그녀를 사로잡았지만, 그 안에 갇힌 것은 절대 아니다. 그녀는 치매를 무기로 삼아 요양원의 분위기를 바꾼다. “하하하하! 어머나, 어쩜 이렇게 좋아? 그럼 어떡해?” 혼잣말이 끊임없다. 말끝마다 논리적인 단어들이 이어진다. “그래서”와 “그럼 안돼” 같은 말이 그녀의 대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문제는 그 대화가 누구에게나, 무엇에게나 향한다는 점이다. 요양보호사에게도, 지나가는 그림자에게도, 심지어 식탁 위에 놓인 숟가락에게도. 쑥빼씨의 독특한 매력은 단지 그녀의 말뿐만이 아니다. 그녀의 손은 마치 마귀할멈의 손 같다. 길고 마디가 굵어진 손가락은 힘이 세 보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