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의 점심시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대한 무대다. 우리가 서빙을 시작하는 순간은 마치 유명 레스토랑에서 정중한 서비스가 펼쳐지는 장면과도 같다. 하지만 여기에 숨겨진 코믹 쿵푸 액션이 더해진다면, 그 광경은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바뀐다.
요양원의 거실은 곧 레스토랑으로 탈바꿈한다. 휠체어를 끌고 오는 어르신들, 침상에서 상체를 일으켜 준비되는 고객들. 그들의 앞에는 고급 방수 앞치마가 착착 개켜져 놓이고, 미지근한 보리차는 와인처럼 세련되게 컵에 담긴다. “오늘의 주 메뉴는 보통밥, 죽, 그리고 미음입니다. 고객님,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물론 선택권은 없다. 이미 각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메뉴가 정해져 있다.
점심 준비가 시작된다. 거실 탁자 위에는 방수 앞치마들이 착착 개켜져 있고, 침상에 계신 어르신들은 상반신을 올려 앉힌다. 휠체어에 앉아있는 어르신들은 한 줄로 이동하며 각각의 자리에 자리 잡는다. 앞치마를 정중히 손에 들고 마치 레스토랑의 웨이터처럼 정성스레 어르신들의 목에 매어드린다. 물병도 세심하게 준비해 목을 축여드리며, 그 모든 과정은 마치 고급 레스토랑의 준비 과정과 같다.
그러나 식카가 등장하는 순간, 분위기는 반전된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식카가 모습을 드러내면, 요양보호사들은 눈빛을 교환하며 전투 준비를 한다. 수저와 젓가락이 각 식판에 차곡차곡 놓이지만, 머릿속에는 코믹 쿵푸 액션의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식판을 손에 들고 '준비!'라는 마음으로 곧바로 "날려!" 하고 외칠 것만 같다. 그리고 상상 속에서 식판은 공중으로 휙휙 날아가며, 어르신들은 마치 쿵푸 달인처럼 정확히 그 식판을 받아낸다. 국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고사리나물을 공중에서 건져 먹는 그들의 묘기는 완벽하다.
드디어 엘리베이터에서 식판 카트가 등장한다. 문이 열리며 스틸 장치가 달린 은빛 카트가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는 숨을 죽이고 카트를 잡아 끌어낸다. 문을 열고 식판을 세팅하는 손길은 마치 정중한 소믈리에가 와인잔을 정렬하듯 섬세하고 꼼꼼하다. 각 식판에는 이름표가 딱 붙어 있다. 수저와 젓가락을 올리는 손길은 꼭 클래식 음악의 지휘자처럼 부드럽고 정확하다.
“식판을 나르라!”
식판은 한 손에 들려 어르신의 자리로 날아간다. 무릎 위로 탁 하고 떨어진 식판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렬된다. 반찬 그릇은 흘림 없이 안정적이다. 만약 이 광경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이곳이 레스토랑인지 쿵푸 영화 세트장인지 헷갈릴 것이다. 머리 위로 솟구쳐 날아가는 식판, 한쪽 손으로 식판을 휙 날리고 정확히 받아내는 어르신들의 묘기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인 장면이다.
“다음 식판 나갑니다!”
이번엔 5미터 거리에서 비행. 국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접시를 받아드는 어르신은 코믹 쿵푸영화의 고수처럼 손끝의 감각으로 식판을 안정시키고, 천연덕스럽게 밥을 한 숟가락 떠 입에 넣는다. “역시 오늘도 맛있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어찌나 우아한지, 마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평가하는 비평가 같다.
실제로는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식판을 내려놓고, "잘 드세요"라고 인사하며 수저를 가지런히 놓아드린다. 하지만 우리 마음속에서는 아직도 코믹 쿵푸 신이 이어진다. 어르신들이 국자를 들고 날아오는 국을 받아내는 모습이나, 날아온 접시에 탁탁 음식을 옮겨 담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유쾌하다.
식사를 하는 모습도 천차만별이다. 팔꿈치를 턱에 대고 시큰둥하게 천천히 드시는 분, 허겁지겁 음식을 먹는 분, 물컵에 김치를 헹궈 먹는 분까지... 식사 시간은 그 자체로 다양한 에피소드의 연속이다. 요양보호사들은 눈을 크게 뜨고 어르신들이 잘 씹고 삼키는지, 반찬이 너무 크지는 않은지 세심하게 관찰한다. 손이 바쁘게 움직이고, 어느새 식가위가 등장해 반찬을 자르는 모습은 요리사와 웨이터의 콜라보레이션을 연상시킨다.
가끔 눈이 보이지 않는 어르신이 양손으로 그릇을 꼭 감싸쥐고 숟가락을 휘휘 젓는 모습은 마치 맛있는 음식을 음미하는 듯한 장면이기도 하다. "셰프의 스페셜, 고맙습니다!"를 외칠 것만 같은 그분의 모습은 식판이 날아오던 코믹한 상상과 오묘하게 겹친다.
이렇게 요양원의 식사 시간은 유명 레스토랑과 코믹 쿵푸 영화를 넘나드는,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순간들로 가득하다. 정중하고 진지하게, 때로는 코믹하고 신나게,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어르신들과 함께 매일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간다.
레스토랑에는 언제나 독특한 손님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곳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손님들에 테이블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한쪽에서는 어르신이 김치를 물컵에 헹궈 드시며 자신의 독창적인 '김치 스무디'를 즐긴다. 다른 쪽에서는 팔꿈치로 턱을 괴고 숟가락을 천천히 움직이며 고요한 명상을 하듯 식사하는 분이 계신다. 허겁지겁 밥을 마시듯 드시는 분도 있다. “더 줘요! 밥 더 줘요!” 외치는 분은 그 열정만으로 이미 테이블의 스타다. 그 옆에서는 "맛없어, 안 먹어!"라며 투정을 부리지만 결국 밥그릇을 다 비우시는 분도 계신다.
눈이 보이지 않는 어르신은 손끝으로 그릇을 더듬어 정확히 숟가락을 찾아낸다. 그릇을 감싸쥔 손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집중력은 마치 블라인드 테스트로 와인을 감별하는 소믈리에를 연상시킨다. "다 드셨습니다." 빈 그릇을 탁자에 내려놓는 순간, 그들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가득하다.
식사가 끝난 뒤, 식판 카트는 다시 돌아온다. 이번엔 남은 식판을 회수하는 시간이다. 우리는 또다시 코믹 쿵푸 기술을 발휘한다. 빈 식판을 날아가듯 잡아내고, 손목의 스냅을 활용해 카트 위에 쌓아 올린다. 한쪽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손길이 마치 무술가가 쌍절곤을 돌리듯 능숙하다.
모든 식판이 회수되고 카트가 다시 엘리베이터로 이동한다. 어르신들은 여전히 거실에 앉아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신다. “오늘 밥이 참 맛있었네.”
그들이 이 화려한 서빙과 코믹 쿵푸 기술을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우리는 그저 매일의 레스토랑을 열고 닫으며 어르신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무명의 셰프이자 서빙 스태프이자 쿵푸 고수일 뿐이니까. 요양원의 점심시간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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