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의 하루는 어르신들의 편안함을 위해 수많은 작은 일들로 채워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필수적이고도 묵직한(?) 일, 바로 기저귀 케어다. 여기서 묵직하다는 말은 비유가 아니다. 진짜 무겁다. 하루에 기저귀를 갈고, 돌돌 말아 처리하고, 쓰레기로 모으는 과정은 무게감 있는 노동이자 은밀한 미션이다. 그리고 그 미션에는 우리가 자부심(?)을 가지고 부르는 **‘명품백’**이 빠질 수 없다.
요양원에서는 기저귀에도 다양한 옵션이 있다. 일자형, 골반형, 그리고 팬티형까지. 어르신들의 상태와 필요에 따라 선택지가 다르다. 하지만 하나 공통점은, 사용된 기저귀는 한결같이 묵직하고, 한결같이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것을 처리하기 위한 **‘명품백’**을 사용한다.
이 명품백은 사실 새 기저귀가 담겨 있던 포장 비닐을 재활용한 것이다. 기저귀를 담았던 비닐에는 작은 손잡이가 달려 있는데, 이 손잡이를 팔에 걸고 다니면, 어딘가 고급스러운 토트백을 든 기분(?)이 든다. 물론 안에는 명품 대신 똥과 오줌으로 잔뜩 채워진 기저귀들이 들어 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긍정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우리는 농담 삼아 이 비닐봉투를 "똥기저귀 명품백"이라 부른다. 에코백이라고도 하고 일본식으로는 "데사게(てさげ)"라고 한다.
명품백을 들고 복도를 지나갈 때면, 기저귀의 무게로 살짝 처진 손잡이가 팔에 걸려 출렁인다. 어르신들의 방마다 들러 기저귀를 교체하고, 묵직해진 새로운 기저귀를 명품백 안에 넣는 모습은 마치 VIP 쇼핑객이 고급 상점에서 물건을 가득 담아오는 것과도 같다. 차이가 있다면, 우리의 VIP 고객은 어르신들이고, 쇼핑 품목은 똥기저귀라는 점 정도다.
이렇게 명품백이 가득 차면, 우리는 더 큰 무대에 오른다. 바로 대용량 쓰레기봉투로 이동하는 시간이다. 한 층에서만 하루 24명 기준으로 약 75리터 쓰레기봉투 세 개가 가득 찬다. 무게도 꽤나 묵직하다. 마치 런웨이 대신 쓰레기장으로 향하는 패션쇼 같다고나 할까.
명품백의 최종 여정을 위해, 대형 쓰레기봉투 세 개를 가마니처럼 바퀴 달린 용기에 쌓아 올린 뒤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린다. 이 순간은 특별히 코믹하다. 거실 저쪽 길게 늘어선 소파에 앉아 계신 어르신들이 궁금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신다.
“쓰레기가 저렇게나 많아?”
“아이고, 뭐가 이렇게 쌓였대?”
어르신들은 하나같이 놀라신다. 모두들 저 쓰레기 더미가 자신의 기저귀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모르신다. 우리도 굳이 설명하진 않는다. “그거 다 어르신들 기저귀예요”라고 말하면 분위기가 얼마나 썰렁해지겠는가? 대신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말없이 기다린다.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한다. *"어르신, 이건 전부 당신의 하루하루를 보듬은 흔적이에요."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면, 대형 쓰레기봉투는 마침내 요양원의 전용 쓰레기 배출 장소로 옮겨진다. 쓰레기 더미는 확실히 냄새가 난다. 상쾌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묘하게 뿌듯한 감정이 든다. 이것은 어르신들이 하루를 편안하게 보내셨다는 흔적이다. 물론, 그 흔적을 감당하는 건 요양보호사들의 몫이지만.
똥기저귀 명품백은 요양보호사들의 농담이지만, 그 속에는 묘한 진리가 숨어 있다. 아무리 힘든 일이더라도, 가벼운 웃음과 유머를 곁들이면 그 일이 조금은 덜 힘들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냄새나 무게를 넘어, 우리는 어르신들이 조금 더 편안한 하루를 보내실 수 있도록 매일같이 움직인다.
명품백은 그런 우리의 노력과 헌신을 상징하는 유쾌한 기호 같은 것이다. 물론 안에 든 건 샤넬이나 구찌 대신 똥기저귀지만, 그 가치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에겐 그것이 진짜 명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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