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의 아침은 여느 날처럼 조용히 시작된다. 하지만 면회가 있는 날이면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어르신들을 위한 면회 준비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 모습은 마치 궁중에서 새 신부를 혼례를 위해 채비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정성스럽고 세심한 손길로 이루어지는 과정은 한 편의 아름다운 의식처럼 느껴진다.
먼저, 어르신들의 몸을 깨끗이 가꾸는 것으로 준비가 시작된다. 요양보호사는 방으로 들어가 어르신께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낸다. “오늘 가족분들이 면회 오시니까 깨끗하게 준비해볼까요?” 그러면 어르신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에 응한다. 보호사는 따뜻한 물수건으로 손발과 얼굴을 닦아드리고, 바디 로션을 바르며 피부를 촉촉하게 가꾼다. 마치 궁중 시녀가 신부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것처럼 말이다.
그다음은 정갈한 옷을 갈아입히는 시간이다. 면회를 위해 특별히 준비된 옷을 꺼내 드리면, 보호사는 옷의 주름을 펴고 단추를 꼼꼼히 채운다. 양말을 신기고 실내화를 신겨드리며, 외출이 예정된 분이라면 외출용 신발까지 준비한다. 머리는 정성스럽게 빗겨드리며 마지막 손질을 마무리한다. 어르신의 모습이 점점 단정해질수록 보호사의 마음에도 보람이 차오른다.
외출이 있는 분들에겐 보조가방도 빠질 수 없다. 기저귀, 물티슈, 갈아입을 옷 등 필요한 물품을 하나하나 챙겨 넣는다. 이것은 마치 새 신부의 혼례 짐을 꾸리는 것처럼 정성스럽고 세심한 작업이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어르신은 휠체어나 워커를 대동하고 대기한다. 한껏 단장된 어르신의 모습은 정말 고운 혼례복을 입은 신부처럼 아름답다.
곧 사무실에서 전화가 온다. “○○ 어르신 가족분이 도착하셨습니다.” 보호사는 어르신을 모시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면회실로 향한다. 안내 데스크에 도착하면 어르신을 사회복지사에게 인계한다. 보호사들은 가족과 직접 대면하지 않지만, 어르신이 가족과 만날 준비를 마치고 안내 데스크를 지나가는 순간만큼은 조용히 응원을 보낸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
면회실에서의 시간은 어르신들에게 특별하다. 가족들은 정성껏 준비한 간식을 챙겨와 어르신 앞에 놓는다. 두유, 카스테라, 과일, 뻥튀기 같은 부드러운 간식들이 오랜만에 만난 가족의 손길을 대신해 어르신들에게 기쁨을 준다. 이 모습은 궁중의 잔칫상처럼 풍성하고 정겹다. 보호자들은 이 시간을 통해 어르신의 안부를 묻고, 필요 물품을 전달하며 사랑을 나눈다.
면회가 끝난 뒤에는 가져온 물품을 기록하고 각 층으로 올리는 작업이 이어진다. 어르신들이 받을 간식과 물품은 꼼꼼히 정리되어 전달되지만, 가끔씩 큰 과일이나 해산물 같은 물품은 식당으로 보내져 모두의 식사 재료가 되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나면 보호사들은 다음 면회를 위해 또 다른 준비를 시작한다.
이렇게 면회 준비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어르신들에게는 가족과의 소중한 만남을 위한 특별한 순간이자, 보호사들에게는 정성과 배려로 가득한 의식이다. 매번 같은 과정이 반복되지만, 어르신들과 가족들의 웃음과 따뜻한 시선은 이 과정을 매번 새롭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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