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창신 溫故創新 ongochangsin

돌봄의 시대

돌봄의 시대 22 불쑥 튀어나온 털 : 어르신 돌봄의 난감한 순간

간천(澗泉) naganchun 2025. 4. 20. 05:30

어르신들을 케어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있다. 특히 가까이서 얼굴을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식사를 돕다가도 불쑥 발견되는 ‘불청객’ 같은 털 한 가닥. 입술 주변에 길게 뻗어 나온 털을 볼 때마다 당혹스럽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피식 웃음이 나오는 경험, 돌봄을 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어르신들의 얼굴에 돋아난 이 털들은 흡사 얼굴에 박힌 검정 점에서 ‘툭’ 하고 나온 듯한 강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 남성 어르신들은 면도를 해드리며 털을 관리할 수 있어 그나마 수월하지만, 여성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면도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매번 족집게로 뽑아드릴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 이어진다. 족집게로 일일이 손을 대다가는 상처가 날 수도 있고, 또 그로 인해 어르신이 아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 난감한 점은 여성 어르신들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남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입술 주변에 털이 더욱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이다. 흥미롭게도, 흔히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런 털은 면도로 제거할 경우 더 자란다는 이야기도 있어 딜레마가 더욱 깊어진다. 어떻게 해야 어르신들이 편안하면서도 단정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커진다.

 

요양보호사 교육에서도 어르신의 털 관리에 대한 지침은 잘 나오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관련 책을 찾아보아도, 이런 구체적인 케어는 쉽게 다루지 않는다. 결국 이럴 때는 간호사나 상급자에게 조언을 구하게 된다. 고운 어르신이지만, 눈길을 끄는 길다란 털이 얼굴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묻고 싶어진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이런 털들도 자연스럽게 빠지기도 하지만, 그 기다림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코털이 살짝 삐져나온 경우에는 더욱 난감하다. 남성 어르신의 경우 면도 과정에서 코털까지 정리되는 일이 종종 있지만, 여성 어르신들의 경우, 노출된 코털은 보기에도 민망하고, 가끔은 보고도 지나치기 어려운 모습으로 눈에 들어온다. 물론 방치해도 건강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보는 사람의 시선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이런 돌봄 과정에서 깨닫게 되는 것은 어르신들의 외모 관리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요양보호사들이 제공하는 관리라면 세안, 로션 바르기, 머리 손질, 양치질, 손발톱 정리, 목욕, 회음부 청결 관리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면 어디까지가 적당한 관리일까? 이는 단순한 질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어르신이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외모의 작은 부분들, 그렇지만 그들의 품격과 건강을 존중하며 조금 더 편안하고 단정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지 않을까?

 

어르신들께 자주 눈에 띄는 털 관리는, 가능한 자연스럽고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만약 어르신이 원하시거나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으신다면, 아주 부드러운 소형 가위를 사용해 살짝 다듬어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족집게는 자극이 될 수 있어 가급적 피하고, 너무 짧게 자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정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코털 역시 전용 가위나 트리머를 사용해 살짝 다듬어 주면 어르신의 민망함도 덜어드리고 외모 관리를 좀 더 완성도 있게 할 수 있다.

 

어르신들의 케어는 단순한 돌봄을 넘어서 그분들의 존엄과 품격을 지켜드리는 일이다. 돌봄 속에 담긴 작은 배려는 그들의 삶을 좀 더 편안하고 즐거운 공간으로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