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어르신들은 마치 몸을 불리고 위협적으로 으르렁거리는 괴수처럼 보일 때가 있다. 눈을 흘기고 손을 치켜들며 상대를 밀어내는 그들의 모습은 보는 사람을 위축시키고, 대화를 시도조차 못 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같은 행동은 단순히 성격 탓이나 고집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오랜 시간 축적된 내면의 불안, 두려움, 그리고 방어하려는 본능적 반응에서 기인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구나 누군가로부터 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경각심을 가질 때가 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나 성인이 되어서 겪은 상처는, 겪어보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도 과도한 경계를 갖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다. 동물 세계에서 위협적인 적을 만난 동물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취하는 다양한 전략처럼, 인간도 위협을 느낄 때 심리적·정서적 방어 전략을 사용한다.
동물들은 외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만의 독특한 방어 전략을 사용한다. 바다에서는 작은 정어리들이 상어 같은 거대한 적에 맞서 하나의 무리로 뭉쳐 자신을 크게 보이게 만든다. 문어는 먹물을 뿜어 자신을 감추고, 고슴도치는 가시를 세워 적이 다가오지 못하게 한다. 카멜레온은 주변 환경에 자신을 동화시키는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한다.
이와 비슷하게, 인간도 외부 위협에 대해 여러 형태로 자신을 지키려 한다. 누군가 자신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느낄 때는 공격적으로 보이려 하거나, 반대로 침묵하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이는 일종의 심리적 "가시"와 "먹물" 같은 방어기제다.
요양원은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환경이다. 익숙한 집을 떠나 낯선 공간에서,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들과 생활한다는 것은 큰 변화다. 이 상황은 자율성을 잃었다는 느낌,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유발할 수 있다. 어르신들은 이러한 환경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어적 태도를 보인다.
1. **공격적인 태도**
눈을 흘기거나 손을 들고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 이는 자신이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에서 나온다. “내가 약하다고 보이면 공격받을 것이다”라는 두려움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
2. **거부와 저항**
매사에 부정적이거나 억지를 부리는 태도는 자신이 여전히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 이는 자율성을 잃지 않으려는 방어기제다.
3. **침묵과 포커페이스**
대화에 응하지 않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어르신들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방어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4. **잔소리와 간섭**
타인의 행동을 간섭하거나 지적하려는 행동은,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여전히 중요한 존재라는 인식을 주변에 심어주려는 무의식적 반응일 수 있다.
5. **두려움과 회피**
사소한 일에도 쉽게 두려움을 느끼거나,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는 행동은 자신이 상처받을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방어기제다.
이처럼 다양한 방어 행동은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불안에서 비롯된다. 과거에 겪은 상처, 특히 어린 시절의 학대나 상실감은 어르신들에게 깊은 영향을 남길 수 있다. 또한, 요양원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느껴지는 무력감은 이런 방어적 태도를 더욱 강화한다. 어르신들 세대는 약해 보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살아왔다. 이로 인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숨기거나 공격적인 태도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어르신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의 행동을 단순히 고집으로 치부하지 않고, 그 이면의 불안과 두려움을 이해하려는 태도다. 그들을 안정시키고 신뢰를 쌓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접근법이 필요하다.
1. **안정적인 환경 제공**
익숙한 물건, 사진, 음악 등으로 어르신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안정된 일상이 그들의 긴장을 완화시킨다.
2. **공감과 경청**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왜 저렇게 행동하지?”라고 생각하기보다, “무엇이 저분을 불안하게 했을까?”라고 접근해야 한다.
3. **소규모의 신뢰 형성**
친밀한 소규모 활동을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를 형성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어르신들은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4. **전문가의 도움**
심리 상담이나 전문적인 도움을 통해 어르신들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현재의 불안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효과적이다.
어르신들이 보이는 방어적인 태도는 단순히 성격 문제나 고집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오랜 세월 동안 쌓여온 두려움과 불안의 표현이다. 우리는 이들의 내면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그들이 더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존중과 공감으로 그들의 마음에 다가간다면, 어르신들은 점차 자신의 방어를 풀고 더 따뜻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은 단순히 어르신들을 돕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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