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23. 우물 안 개구리는 놀라 정신을 잃었다.
어느 날 개구리가 동해에 있는 자라에게 가서“나는 즐겁다. 나는 우물의 난간 위에까지 뛰어오르기도 하고, 우물 속에 들어가서는 깨진 벽돌 가에서 쉬기도 하며, 우물 속에서는 양쪽 겨드랑이로 수면에 떠서 턱을 물위로 내밀기도 하고, 진흙을 차면 발이 파묻혀 발등까지 흙에 파묻히기고 한다. 저 장구벌레나 게나 올챙이 따위가 나를 따를 수 있겠는가. 더구나 나는 한 우물의 물을 독차지해서 내 멋대로 노는 즐거움이 지극한데, 그대는 왜 때때로 와서 내가 노는 것을 구경하지 않는가?”했다. 이에 동해의 자라는 그 우물로 와서 들어가려 하는데 왼쪽 다리가 채 들어가기도 전에 오른 쪽 무릎이 우물에 걸려 버렸다고 한다. 이에 엉금엉금 기어 나와 개구리에게 이렇게 말했다.“대체로 천리라는 먼 거리를 가지고서도 바다의 넓이를 잴 수가 없고, 천 길이란 높이를 가지고서도 바다의 깊이를 잴 수가 없다. 우임금 때에는 10년 동안에 아홉 번이나 홍수가 났어도 바다의 부피가 조금도 늘지 않았고, 탕 임금 때에는 8년 동안에 일곱 번이나 가물이 들었어도 이로 인해서 분량이 조금도 줄지 않았다. 대체로 시간이 길고 짧은 것에 따라서 늘고 줄지 않는 것, 이것이 역시 동해의 즐거움이다.”했다고 한다. 이에 우물 안의 개구리는 그 말을 듣더니 깜짝 놀라 정신을 잃었다고 한다.(장자 외편 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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