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21. 기계를 쓰면 기계에 사로잡힌다.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이 한수의 남쪽을 지나다가 한 노인을 보았다. 그 노인은 밭을 만들기 위하여 비탈길을 파고 우물에 들어가서 물독에 물을 길어서 메고 나와서는 밭에 물을 붓는 것이었다. 자공은 그 노인에게 말하였다.
물을 길어내기 위해서라면 용두레라고 하는 좋은 기계가 있는데, 가볍게 물을 길어 올릴 수가 있습니다. 하고 말했다. 그런데 그 노인은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기계를 가진 자에게는 반드시 기계를 쓸 일이 생기고, 기계를 써서 일을 하게 되면 기계에 의존하는 마음이 생기고, 기계에 의존하는 마음이 생기면 마음의 순백함이 없어져서 영묘한 생명의 역할도 없어져서 도에서 멀리 벗어나게 된다. 나도 그 기계를 알고 있지만 쓰지 않은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자공은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졌다. (장자 외편 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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