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19. 눈, 코, 입이 뚫린 혼돈이 죽다.
남해의 신을 숙(儵)이라 하고, 북해의 신을 홀(忽)이라 하며, 중앙의 신을 혼돈(混沌)이라 한다. 어느 날 숙과 홀이 혼돈의 땅에 놀러왔는데 혼돈은 이들의 방문을 크게 기뻐하여 후히 대접했다. 그들은 이 후한 대우에 사례를 하기로 하였다. 원래 혼돈은 눈도 코도 입도 없으니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하고, 보통의 인간처럼 눈과 코와 입 등 구멍을 뚫어 주었다. 그랬더니 그만 혼돈은 죽고 말았다.
왜냐하면 눈도 코도 입도 없는 것이 곧 혼돈인데, 이제 눈, 코, 입이 생겼으니 이미 혼돈은 죽어 없어진 것이다. 인간은 듣기도 하고, 보기도 하고, 말하기도 하여 여러 가지를 하지만, 이러한 활동을 모두 끊고 혼돈 곧 무위무책으로 있는 것이 최상인 것이다.(장자 내편 응제왕)
'도가의 고전 > 장자의 우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화 21. 기계를 쓰면 기계에 사로잡힌다 (0) | 2009.02.11 |
---|---|
우화 20.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마라. (0) | 2009.02.11 |
우화 18. 도를 어떻게 깨치는가 (0) | 2009.02.11 |
우화 17. 애태타는 추남이로되 달관했다 (0) | 2009.02.11 |
우화 16. 공자는 덜된 사람이다. (0) | 2009.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