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대홍수 이야기와 <길가메시>의 귀환
1) <우트나피슈티움>이 말하는 대홍수 이야기
<길가메시>는 <우트나피슈티움>에게 탄원했다.
“불사의 생명을 가진 당신의 지체는 나와 같습니다. 나의 눈은 당신을 향하여 쏟아지고 있습니다. 나의 팔은 당신을 향하여 뻗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말씀해주십시오. 당신은 어떻게 하여 신들의 모임에서 불사의 생명을 찾아내었는지를---”
그의 탄원에 진 <우트나피슈티움>은 입을 열었다.
“감추어진 일을 너에게 밝히리다. 신들의 비밀을 당신에게 말할 것이다.--.”
---너도 알고 있는 <슈루파크> 고을은 유프라테스강변에 있는 고을이다. 그 역사는 오래고 거기에는 신들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위대한 신들은 홍수를 일으키려고 했다. 거기에 있던 자는 그들의 아버지 천신 <아누>, 그들의 고문관. 영웅 <엔릴>, 그의 식부관 <니누르타>, 그의 운하감독관 <엔누기>. 대지의 신 <에아>도 거기에 그들과 함께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그들의 말을 갈대 집을 향하여 되풀이했다.
갈대 집이여, 갈대 집이여, 벽이여, 벽이여, 열려라. 깨달아라.
<슈루파크>의 사람. <우바라투투>의 아들이여. 집을 때려 부수고
방주를 만들어라. 가진 것을 버리고, 생명을 구하라.
생명이 있는 모든 종을 방주로 이끌어 들여라.---.“
나는 <에아>신이 말한 바대로 고을 장로나 직공들을 도무 뭉쳐서 방주를 만들게 했다. 그래서 모든 은을, 모든 금을,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종을 방주에 실었다.
최후로 나의가족, 나의 친족, 모든 기술자를 태웠다.
태양신 <샤마시>는 말하였다.
“아침에는 빵을, 저녁에는 밀을 비와 함께 내리리라. 방주에 들어가서 문을 닫아라.”
태양신 <샤마시>의 말 그대로 하였다. 나는 그리고 방주의 문을 닫았다.
그 때가 왔다. 새벽이 빛나기 시작할 때, 하늘에서 검은 구름이 솟아올랐다.
우레의 신<아다도>신은 구름 속에서 소리 지르고, 바람의 신 <샤라도>신과 <하니슈>신은 그 선구가 되었다.
명부의 신 <에루라갈>신이 방주의 닻을 빼고, <니누르타>신이 둑을 잘랐다. <아눈나키>는 솔불을 들고 대지를 태우려 했다.
우레의 신 <아다도>의 침묵으로 온 세상이 어두워지자 이어지는 절규에 온 땅은 항아리처럼 깨졌다.
종일 폭풍이 거칠게 불어대고 대홍수가 대지를 덮었다.
전쟁처럼 사람들 위에 파멸이 달음질쳤다. 그들은 서로 알아볼 수 없었다.
신들도 대홍수를 무서워하여 <아누>신의 하늘로 올라가버렸다. 신들은 몸을 웅크렸 다.
사랑의 여신 <이슈타르>는 절규하고 한탄했다.
“옛날의 나날들이 점토로 화하다니! 내가 신들의 모임에서 재앙을 입에 담은 때문인가. 어찌하여 재앙을 입에 담았던가!”
인간을 멸망시키기 위하여 전쟁을 명해 버린 것인가! 내가 낳은 나의 인간들이 치어처럼 해면을 가득 채웠다.---“
<아눈나키>도 그녀와 함께 울었다. 신들은 슬퍼하여 먹지도 않았다.
엿새 낮과 이레 밤을 대홍수와 폭풍이 대지를 휩쓸었다.
이레째 폭풍과 대홍수는 싸움을 끝내었다. 대양은 고요해지고, 악풍은 가라앉고, 홍수는 물러났다.
빛이 지상에 비추었다.
침묵이 주위를 지배하고 있었다.
전 인류는 점토로 돌아가 버렸다.
나는 그것을 보고 울었다.
둘레를 돌아보니 12 베루 떨어진 곳에 땅이 보였다.
방주는 <니무시>(혹은 <닛실. 니실>) 산에 표착하여 멎었다.
이레째 날이 되어서 나는 비둘기를 놓아주었다. 비둘기는 날아갔다가 되돌아왔다.
쉴 장소를 찾지 못한 것이다.
나는 제비를 놓아주었다. 제비는 날아갔다가 되돌아왔다. 쉴 장소를 찾지 못한 것이다.
나는 까마귀를 놓아주었다. 까마귀는 날아가서 물이 빠진 곳을 보고 쪼았다. 몸을 추스리고 되돌아오지 않았다.
이에 모든 새를 사방으로 놓아주고 산꼭대기를 앞에 두고 제물을 바쳤다.
그 향기를 맡고 신들이 모였다.
<마하>신(<베루도. 이리>여신이 목걸이를 걸치고 말하였다.
“신이여, 나는 요즘의 청광석을 결코 잊지 않는다. 이날들을 마음에 간직하여 결코 잊지 않는다.
신들이여, 공물에 모여라. 그러나 <엔릴>은 와서 안 된다. 그는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대홍수를 일으켜 우리 인간들을 파국으로 끌어 넘겼기 때문이다.“
<엔릴>신은 늦어서 왔는데 방주를 보자 화를 내고 말하였다.
“어떤 생명이 파국을 피한 것이냐. 인간은 살아있어서는 안 되는데.”
<니누르타>신이 말하였다.
“<에아>이외에 누가 이런 일을 저지를 것인가. <에아>는 모든 일을 알고 있다.”
<에아>신이 <엔릴>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영웅이다. 신들의 현자이다. 어찌하여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홍수를 일으킨 것이냐. 죄인에게는 그 벌을 지게 하라.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는 그 잘못을 부담지게 하라. 그것으로 사면하라. 그것으로 참아라. 그리고 말살해서는 안 된다.
홍수를 일으킨 대신에 사자를 놓아주고, 늑대를 일으키고, 기근을 일으키고, 역병을 일으켜서 인간의 수를 줄였으면 좋았을 것이다.
나는 위대한 신의 비밀을 밝히지는 않았다.
<아트라하시스>(최고 현자란 뜻. <우트나피슈티움>을 말함)에게 꿈을 보게 하였더니 그가 신들의 비밀을 들은 것이다.---“
<엔릴>신은 <에아>신의 말을 들으니 나(<우트나피슈티움>을 말함)와 나의 아내를 끌어올려 축복하여 말하였다.
“지금까지 <우트나피슈티움>은 인간이었는데, 이제야 그와 그의 아내는 신처럼 된다.
<우트나피슈티움>은 아득히 먼 두 강이 합류하는 하구에서 살아라.“
신들은 나를 데리고 가서 아득히 먼 하구에서 살게 한 것이다.
2) 영원한 생명을 구하여
“---그런데, 지금 누가 너를 위하여 신들을 모은 것일까. 네가 요구하는 생명을 모여주기 위하여. 자 엿새 낮과 이레 밤을 잠자지 말고 있는 것이 좋다.”
<길가메시>가 <우트나피슈티움>의 발밑에 앉아 있노라니 잠이 안개처럼 그에게 엄습했다.
<우트나피슈티움>은 그 아내에게 말하였다.
“생명을 요구하는 이 젊은이를 보라. 잠이 안개처럼 걸려있다.”
아내는 말하였다.
“그를 건드려서 깨워주세요. 잠이 깨도록. 자신의 길을 가서 자신의 나라에 돌아갈 수 있도록.”
<우트나피슈티움>은 말하였다.
“그를 위하여 빵을 구워서 그의 머리맡에 두시오. 그가 잠잔 날 수를 벽에 표하여두시오.”
<길가메시>는 <우트나피슈티움>이 깨우는 바람에 잠을 깨었다.
<길가메시>는 <우트나피슈티움>에게 말하였다.
“내가 잠시 졸자 곧 나를 건드려 깨워준 것은 당신이지요.”
<우트나피슈티움>은 말하였다.
“자 너의 빵 수를 세어보라. 잠잔 날 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는 마른 빵, 상처 난 빵, 끈끈하게 달라붙은 빵, 곰팡이가 생긴 빵. 회색이 된 빵, 식은 빵, 구운 빵이 있었다.
<길가메시>는 엿새 낮과 이레 밤을 잠을 자고 만 것이었다.
<길가메시>는 슬퍼하였다.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죽음이 나를 사로잡아버렸습니다. 내가 가는 곳에는 어디든지 죽음이 있는 것입니다.‘
<우트나피슈티움>은 <우르샤나비>에게 명하여 <길가메시>를 씻어 깨끗이 하고 배로 본자리로 되돌리도록 명하였다.
<길가메시>가 배를 출발하려고 할 때 <우트나피슈티움>의 아내가 말하였다.
“여보! <길가메시>는 지금까지 오는데 매우 지쳐있습니다. 당신이 무엇을 주었기에 그는 가려고 하는 것입니까? 무엇을 주어서 보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에 <우트나피슈티움>은 <길가메시>를 불러 멈추게 하고 말하였다.
“<길가메시>여, 숨겨진 일들을 밝히리다. 생명의 비밀은 당신에게 말하리다. 그 뿌리가 엉겅퀴 같은 풀이 있다. 그 가시는 들장미처럼 당신의 손을 찌를 것이다. 혹시 그 풀을 손에 넣게 되면 당신은 불사의 생명을 볼 것이다.”
그래서 <길가메시>는 심연(<아브스>)의 입구를 열고 무거운 돌을 발에 묶어서 심연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 풀을 찾았다. 그 풀을 딸 때에 그의 손에 가시가 찔리었다.
<길가메시>는 발에서 돌을 풀고 해변에 떠오르자 <우르샤나비>에게 말하였다.
“이것으로 사람은 생명을 얻는다. 나는 이것을 <우루크>에 가지고 가서 노인들에게 먹여서 시험해보겠다. 그 풀 이름은 <노인이 젊어지는 풀> 곧 불로초이다. 나도 그것을 먹고 젊은 날로 돌아가리라.”
두 사람은 본래의 해변으로 돌아오자 휴식을 취하였다. <길가메시>는 샘을 찾아서 내려가 몸을 씻고 깨끗이 하였다.
그러자 한 마리의 뱀이 그 풀 냄새를 맡아서 소리도 없이 가만히 다가와서 그 풀을 먹어버리고 말았다. 뱀은 헐벗고 도망가 버렸다.
풀(불로초)이 없어진 것을 안 <길가메시>는 다시 슬픔에 빠졌다.
두 사람은 여행을 계속하여 <우루크>에 도착했다.
<길가메시>는 <우르샤나비>에게 말하였다.
“<우르샤나비>여, <우루크>의 성벽에 올라 둘러보라. 초석을 조사하고 벽돌을 음미해 보라. 그 벽돌이 구운 벽돌인지 아닌지, 그 기초는 7현자가 놓은 것이 아닌지.
<우루크> 고을은 1샤르, 과수원이 1샤르, 점토를 파내는 땅이 1샤르 거기에 <이슈타르>신전의 미경작지, 곧 <우루크>는 3샤르와 다시 미경작지로 되어 있다.“
* 샤루란 3600, 혹은 전역을 나타내는 말이다. 전자의 이미는 단위나 넓이를 나타내는 <이구>라고 하면 1샤르는 약 1300헥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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