苦寒行(고한행)
남송/南宋 유극장/劉克莊
十月邊頭風色惡(십월변두풍색악)
官軍身上衣裘薄(관군신상의구박)
押衣勅使來不來(압의칙사래불래)
夜長甲冷睡難着(야장갑냉수난착)
長安城中多熱官(장안성중다열관)
朱門日高未啓關(주문일고미계관)
重重幃箔施屛山(중중위박시병산)
中酒不知屛外寒(중주부지병외한)
-춥고 힘든 삶--
시월의 변방은 바람이 모질어
관군의 몸에는 의복이 얇아라.
의복 관리하는 칙사는 오는지 안 오는지
밤은 길고 갑옷은 차가워 잠들기 어려워라
장안성 안에 고관은 많기도 한데
해가 높이 솟아도 붉은 대문 열리지 않는다.
겹겹이 두른 휘장 병풍까지 둘러
술에 취해 병풍 밖은 추운 줄도 모른다.
*악(惡)-모질다. *구(裘)-갑옷. *박(薄)-얇다. *압(押)-관리하다. *칙(勅)-칙령. *칙사(勅使)-왕명으로 가는 사신. *랭(冷)-차다. *수(睡)-잠자다. *난(難)-어렵다. *착(着)-입다. *열(熱)-덥다. *주(朱)-붉다. *계(啓)-열다. *관(關)-빗장. *위(幃)-휘장. *박(萡)-발. 금박. *시(施)-펴다. *병(屛)-병풍. *변(邊)-변방.
감상
국경 변방에는 10월이면 바람이 모질어서 병사들의 옷은 겨울옷으로 갈아 입혀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입은 옷은 얇다. 군복을 관리하는 칙사는 오는지 안 오는지 옷 갈아입힐 기색이 없고, 병사들은 추워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장안 성안에 많은 고관들은 아침 늦도록 잠을 자고, 겹겹이 휘장을 두르고 그 위에다 병풍을 두른 방안에서 술에 취해 아예 바깥은 추운 줄을 모른다.
국경 경비병들이 혹독한 추위에 고생하는 모습과 고관들의 호화롭고도 안락한 생활을 대조하여 비판하고 있다.
작자
유극장(劉克莊)(1187-1269)
남송의 시인이다. 이름은 작(灼), 자는 잠부(潛夫), 호는 후촌(後村)으로 복건성(福建省) 사람이다. 세도 있는 가문 출신으로 아버지의 덕으로 관리가 된 뒤 건양(建陽)과 선도(仙都)의 현령을 지냈다. 강호시파(江湖詩派)를 주도했으며 젊은 시절에는 군(軍)으로 강회(江淮), 양호(兩湖), 영남(嶺南) 등지를 떠돌다가 건양령(建陽令)으로 재직하던 때 시화(詩禍)로 파면을 당해 좌절을 겪었다. 이종(理宗)이 그를 사면하고 비서소감(秘書少監) 겸 중서사인(中書舍人), 병부상서(兵部尙書) 등을 역임했다.
<후촌선생대전집(後村先生大全集)> 196권에 48권의 시를 남겼다. 그가 죽은 지 10년 만에 송나라가 멸망하여, 그는 문천상(文天祥)과 함께 송시의 최후를 장식한 시인이 되었다. 만당의 요합(姚合), 가도(賈島), 이하(李賀) 등의 시풍을 광범위하게 배워 경쾌한 필치를 보이고 있으나 시의 정신은 육유(陸游)를 본받아 시국을 걱정하는 작품이 적지 않다.
<고한행(苦寒行)> <군중악(軍中樂)> <축성행(築城行)> <개호행(開壕行)> 등은 관리들의 탐욕스러움과 방탕함, 그리고 취생몽사하는 부패한 생활을 폭로하는 작품들로서 사병들과 요역을 나온 사람들이 학대를 받고 죽음을 당해도 묻는 사람이 없는 처참한 광경을 묘사함으로써 당시의 사회적 모순을 선명하게 대비시켜 반영하고 있다. <서사(書事)> <북래인(北來人)> <증강방졸(贈江防卒)> 등은 위정자들의 부패함과 무능함을 견책하고 공을 세우는 병사들을 격려하며 부녀자들을 위로하는 내용으로서 모두 시대적인 분위기가 짙게 배어 있다.
사(詞)는 신기질(辛棄疾)을 배우는 데 힘을 쏟고 있어 시국에 비분강개하는 작품이 많다. 사집에 <후촌장단구(後村長短句)>가 있다. <하신랑(賀新郞)> <옥루춘(玉樓春)> <만강홍(滿江紅)> 등에서는 조국을 통일하려는 비장한 의지를 표출하고 있는데, 통치자들의 무사안일주의에 분개하고 백성들의 고통과 바람에 동정을 표시하고 있는 등 애국주의 격정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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