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난 외지에서 살아남기
지금 한국에서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여 살고 있는 일본인 여성이 있다.
그녀는 일본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다니다가 열다섯 살에 미국 유학을 가서 혼자 지내며 공부를 했다.
그 뒤에는 한국 연세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유명한 회사에 취직하여 일을 하다가 한국 남성을 만나 결혼을 하고 한국에서 행정관련 대학원 공부를 다시 시작한 여성이다.
그녀는 가녀린 몸매에 불면 날아갈 것 같은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밤을 새며 일을 하는 것에도 끄떡하지 않는 체력을 가지고 있다. 외모는 그야말로 일본 여성스러운 수줍음을 내보이는 일본식 매너가 몸에 밴 아름다운 여성이다.
그녀가 말하는 ‘집 떠난 외지에서 살아남기’가 궁금했다.
그녀의 비결은 바로 ‘남에게 신세지기’였다. 깜짝 놀랐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가장 조심스러워하고 터부시하는 일본 국민에게서 들은 말로는 너무도 의외였기 때문이다.
모르는 일, 궁금한 일, 어려울 때 무엇이든 주저하지 않고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고 다가선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모두가 자기를 기꺼이 도와주었고 자기도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항상 마음 준비를 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이제까지 외국생활을 하면서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남에게 신세지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그렇다고 굉장히 독립적으로 잘 사는 것도 아니면서 남에게 뭐 물어보는 거, 먼저 대화를 거는 거 등등 잘 하지 못한다.
혼자 끙끙거리며 머리 아프게 살아간다. 찝찝하게 살아간다. 속 시원하지 못하게 살아간다.
정말 내가 이제까지 작은 발걸음밖에 내딛지 못한 것은 아마도 사람들과의 소통을 직접 나누기를 꺼려했던 이유 때문이 아닐까?
나는 정말로 "도와줘"라고 말하기 힘들어하는 성격이다. 그들도 역시 너무 힘든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남을 도와줄 처지가 아님에도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은 굴뚝같아서 무리해서라도 나는 아쉽지 않은 척하며 도와주려고 애쓰는 편이다. 도와주지 못하면 늘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산다.
이제부터 “도와줘!” 라는 말을 꺼내볼까. 그것은 결코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고 그녀가 말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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