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과 길
-길은 막힘이 없어야 한다-
최근 당락을 결정하는 어떤 중요한 면접시험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요즘 방송마다 ‘나는 가수다’를 비롯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대세인데, 이에 대해서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이런 질문은 신문의 칼럼이나 인터넷 등에서도 서바이벌 프로그램 관련 기사가 많이 나왔을 만큼 이슈였다.
찬성이냐 반대냐를 떠나서 별 생각이 없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오디션 프로그램은 시대적 흐름인 듯하다. 외국에서 시작되어 많은 효과를 올리고 난 뒤에 우리나라에서도 그와 비슷한 포맷의 방송 프로그램들을 벤치마킹하여 만들어 내고 방송을 하고 있다. 누가 누구의 것을 베꼈다 나무라지도 않고 모두 그렇게 하니 그렇게들 한다. 나오는 사람, 겨루는 내용, 종목 등이 다를 뿐, 포맷은 거의 최종 1인자를 추려내는 것이다.
방송은 유행이다. 최근에는 국민프로그램이라 일컬어지고 있던 KBS의 1박2일 프로그램도 출연진들의 변동사항으로 인하여 폐지한다고 하니, 우리가 시청하는 프로그램들은 유행에 따라 없어지기도 하고 새롭게 다른 것이 선보이기도 한다. 그런 것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약 2년 여간 지속되고 있지만, 이제는 얼마 안 가 그런 포맷의 프로그램이 점점 사라져 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그런 프로그램이 가지는 장단점을 보강하면서 새로워지거나, 그 내용을 업그레이드 하지 못하여 추락하여 사라지지 않을 수 없게 되거나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 사라지던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한 찬반론이 아니라, 그런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다양한 방법으로 방송된 시점에서 폐해와 이점이 어떤 것인지 등을 잘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런 프로그램이 함축해야 할 사람에 대한 태도가 어떤가 하는 것이다.
서바이벌로 누군가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과정을 통해서 스릴과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동, 안타까움 등을 맛보게 하는 것. 로마시대 검투사의 역사적인 이야기처럼 이미 살아남기를 통해 피 튀기는 경쟁싸움을 눈으로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잔인한 게임도 아니다.
그럼 최강자만 남게 되면 다른 수많은 나머지의 미래는 어찌 할 것인가. 그저 각각 개개인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만이 경쟁사회의 당연한 이치라고 해야 하는 것인가. 이런 점이 제작자들이 이전과 똑같은 사고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것이 된다. 아무리 경쟁사회라 하더라도 꼭 1인자만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과는 다른 그 무엇이 추가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등용문이라는 점에서 기회다. 어딘가로 가기 위한, 무엇이 되기 위한 ‘길’이다. 우리가 대학을 가기 위해 대학입시를 치르듯이, 뭔가가 되기 위해서 치루는 관문인 것이다. 관문은 곧 길이다. 사회적으로 구축해놓은 공개적인 정식 경쟁통로인 것이다.
그러나 방송프로그램으로서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길은 뚫었으되, 이내 막혀버릴 것으로 만든 것과 다름이 없다. 지속적인 등용문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 점이 우려스러운 것이다. 너도 나도 이 길을 통과하기 위해 준비하고 지원을 하지만, 어떤 이는 그 길 문턱에 가기도 전에 그 프로그램이 없어져서 길이 막히게 되어 좌절을 맛보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좌절 말이다.
이 길이 고속도로처럼 유지 관리되는 사회간접자본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사회간접자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만큼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언제나 길이 막히면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개척자들이 나오고 새로운 맛난 프로그램들이 나오게 마련이지만, 방송의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유행에 편승하여 세차게 몰아쳤다가 이내 사라지는 일시적인 통로가 아니라, 꾸준히 선의의 경쟁을 통해 인류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올림픽, 월드컵 등과 같은 시스템으로 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면접장에서는 위와 같은 생각을 조리 있게 말 하지 못하고, 나오고 나서야 지금이라도 요리조리 생각을 정리해 본다. 아쉽다. (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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