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토(鳴門)해협 기행
지난 2월 중순, 우리 둘째 놈이 오사카에 있어서 하도 효도를 하겠다는 바람에 오사카 구경을 하고 왔다. 제주〜오사카 직항 노선을 이용했는데, 비행기가 이륙해서 55분이면 간사이국제공항에 도착한다고 한다. 제주에서 서울 가는 길보다 더 가깝다는 말이 아닌가? 비행기가 이륙한 지 20여분 후에 아래로 시가지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하여 줄곧 일본 세도내해(瀨戶內海) 주변 도시의 야경을 보면서, 후쿠오카에서 근무하던 L씨와 벳부(別府)를 관광하던 생각이며, 구레(吳)시에서 결혼하여 살고 있을 H씨를, 그리고 25. 6년 전 일본에 있을 때 가지가지의 일들을 추억하는 사이에 간사이국제공항에 내렸다. 나로서는 오사카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귀국하였고, 1970년대 후반에는 일본에 파견근무를 하면서 3년 반 사이에 서너 차례, 귀국 후에도 대여섯 차례 다닌 곳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꼭 십 년 만에 오사카를 들른 것이었다.
교토(京都)와 나라(奈良)를 다시 보았다. 그리고 새로운 체험으로 내가 있을 때는 없었던 아카시대교(明石大橋)를 건너서 아와지섬(淡路島)을 지나 나루토대교(鳴門大橋)를 건너 그 다리 밑으로 나루토해협의 소용돌이치는 물살을 보기도 하고, 시고쿠(四國) 어느 산 속 호텔의 노천 온천에서 하루를 묵고 왔다.
가는 도중에 고베(神戶)의 드림랜드를 잠시 들러서 항구의 정경을 잠시 구경하고 아와지섬으로 향했는데 아카시(明石)에서 아와지섬까지를 연결시킨 아카시대교를 지나서 아와지섬의 휴게소에서 멀리 대교를 바라보았다. 아득히 보일 듯 말 듯한 아카시까지 4킬로미터에 두 개의 높은 탑에 매달려 곧게 뻗은 그 웅장함이라니…
이 아카시대교는 1998년 4월에 개통되었데, 총길이는 3,911미터이며 300미터 높이의 두 개의 주탑에 매달린 현수교로서 세계 최대의 다리이며 강도도 세계 최강급이라 한다. 이 다리는 순간 최대풍속 초속 80미터에도 안전하며 리히터 지진계로 8.5의 지진에도 안전하다고 한다. 이 다리가 놓여서 오사카, 고베와 아와지섬을 통하여 시코쿠로 연륙이 되어서 자동차로 직접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밤에는 아름다운 조명을 받아 마치 진주를 꿰어놓은 듯해서 '펄 브리지'라고도 불린다 한다.
휴게소를 나와 약 50분간 아와지섬을 통과하여 나루토대교를 건넜다.
이 나루토 대교는 1985년 6월에 개통된 다리로서 길이가 1,629미터이며 144미터나 되는 2개의 거대한 탑에 걸려 있는 사장교(斜張橋)이다. 2개 탑 사이의 길이만 876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고 한다.
아직 완도의 연륙 대교나 거제대교를 보지 못한 나로서는 그 물살이 급하기로 이름난 이곳에 이러한 다리를 놓은 일본인의 토목기술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교량을 짓는 기술이 발달된다면 제주도에서 관탈섬을 거쳐 추자도를 지나서 완도까지 다리가 놓일 날도 오지 않겠나 하고 꿈같은 생각을 해보곤 했다.
나루토해협의 물살의 소용돌이는 유명한 것으로 듣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바닷물의 수위의 낙차로 생기는 현상이라는 데 놀랐다. 어찌하여 바닷물의 수위의 차가 생기는지 그리고 왜 그런 소용돌이가 생기는 것인지 그곳에서 관광객을 안내하는 안내자의 설명을 들었다. 나루토해협이라면 세도내해의 동쪽 아와지섬과 시고쿠의 동북 끝 나루도 사이 폭이 약 1.4킬로미터에 수심이 70미터나 되는 해협이 아닌가. 태평양에서 기이수도(紀伊水道)로 들어오는 바닷물은 아와지섬의 북쪽을 돌아서 세도내해 쪽 하리마탄(播磨灘)으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에 밀물과 썰물 때는 해협의 남쪽인 나루토 쪽과 해협의 북쪽인 아와지섬 쪽과의 수면의 차가 1.4미터나 생겨서 해협 중심부의 조류는 시속 10노트에 달하고, 수면이 낮은 쪽에서는 중심부에 직경 15미터의 크기로 바닷물이 빙빙 도는데, 그 중심부는 수면보다 1미터 정도 낮게 페어서 소용돌이가 생기므로 소형 선박은 그냥 빨려 들어가 버린다고 한다.
이 광경을 보여 관광수입을 올리려고 남쪽 나루토 쪽에서 나루토대교 밑으로 바닥을 제외하여 삼면을 온통 유리로 싸서 조망할 수 있는 450여 미터의 다리가 개설되었는데, 소용돌이치는 부분에는 밑바닥까지 투명한 유리로 깔아서 바로 눈 아래로 그 소용돌이를 볼 수 있게 하였다. 이 다리는 나루토대교에 매달려있어서 대교에 자동차가 지날 때마다 흔들리므로 허공에 매달린 아찔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우리 가족 일행 중 내자는 100여 미터를 가고는 머리가 어지럽다 함에 설치된 휴게 공간에서 쉬기로 하고, 우리 둘째 내외와 손자들 둘은 이 다리를 밟아서 끝 부분까지 가면서 바다를 관광했다. 제주도에서 자란 나로서는 바다는 내 생활의 일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한 것이지만, 마침 썰물 때라서 세도내해(瀨戶內海)의 바닷물이 한꺼번에 아와지섬 밖으로 쏟아지는 듯 물결이 강물의 급류처럼 흐르고 소용돌이치는 바람에 육중한 기선 서너 척이 다리 밑을 지나기는커녕 멀리서 뱅뱅 맴도는 광경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물론 만조 때에는 물결은 잔잔하고 이 다리 밑으로는 배들이 무상 드나들 턴인데 말이다.
이 소용돌이를 관광지로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아카시대교나, 나루토대교를 건설하는 등 거액의 투자의 결과이며, 이는 국력과 기술력의 소산이겠지만, 이밖에도 역사적으로 이름을 남길 만한 곳이나, 비록 풍치가 좋은 곳이 아닐지라도 유명인의 지나간 곳 등에 전설을 붙여가며 관광지로 개발하여 관광수입을 올리려하는 일본인의 상혼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우리 제주도에도 고기가 많이 서식하는 자리를 골라 잔교라도 설치하여 관광객으로 하여금 낚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할 수는 없을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전차를 타며 또는 관광안내를 받으며 또한 관광지 교토나 나라를 돌아보며 오사카의 대형 매장이나 시가지를 거닐며 느껴지는 것은 일본이 장기간 경기 침체로 어둡다고들 하지만 사람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이 친절하고 평화롭게 사는듯하여 부럽기도 하였다. 그 땅에서 지내던 날들이 눈앞에 여울져 이젠 아스라이 멀어져가는 그 젊고 희망에 찬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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