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에 있는 詩 2題
뇌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강의 시작 전에 “좋은 글 가져 왔느냐?”면서 항상 글 읽히기를 시키는 교수님이 계십니다.
최근에 알게 된 시 하나 소개합니다. 강의실 맨 앞에 앉아서 항상 열심히 듣는 모범생 여자분이 동그란 뿔테 안경을 쓰고 앞에 나와서는 스마트폰 화면을 이쪽으로 저쪽으로 왔다 갔다 하다가 찾아낸 시를 읽어 주었습니다. 수첩에 메모하는 대신, 이렇게 핸드폰으로 찍어서 간직하는 시대입니다. (교수님은 그 모습을 보면서 “난 그래도 종이수첩이 좋아!”라고 하셨지만...)
세상 강물이 다 흘러들어도
바다는 여전히
짠맛이다
그것은
그대 향한 내 마음이다.
지하철 마포역에서 발췌했다는 ‘바다마음’이라는 시입니다. 작가가 누구인지는 말해주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찾아보았지만 작가는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한번 마포역으로 가서 이 시를 찾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작자 미상의 시는 아니기에.
교수는 ‘어떤 느낌이 드냐고?’ 질문을 했습니다. “희석되지 않은 넓은 마음?!” 이렇게 그 글을 읽어 준 사람은 말했습니다.
바다의 자생력입니까? 한 사람을 향한 징하고 짠한 마음입니까? 바다는 꼭 짜야 하는 것일까요? 바다의 본질이 불변해야 지구의 질서가 유지될 것입니다. 그래도 바다가 순수한 담수로 바뀐다면 그것 또한 이적이겠지요. 하지만 바다가 모든 강물에 의해 희석되어 버린다면 큰 재앙이 닥칠 테니까 그건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므로 순리대로 생각도 따라야 하겠습니다. 생각을 자꾸 억지로 비트는 것도 좋은 버릇은 아닌 듯합니다.
저에게 느낌을 물어봤다면 아마도 저는 이런 잡다한 생각으로 뇌를 활성화시키고 있었음을 말했을 것입니다.
두 번째 시입니다.
‘이번 역은 6호선 열차로 갈아탈 수 있는
삼각지역입니다
삼각지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
오른쪽으로 열리는 출입문을 향해
우르르 몰려온다
다시는 오지 않을 열차라도 되는 듯
놓치면 큰일이라도 나는 양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달려온다
이런, 이런,
그들을 살짝 피해
나는 건들건들 걷는다
건들건들 걷는데,
6호선 승차장 가까이서
열차 들어오는 소리!
어느새 내가 달리고 있다
누구 못잖게 서둘러 달리고 있다
이런, 이런,
이런, 이런,
건들거리던 내 마음
이렇듯 초조하다니
놓쳐버리자, 저 열차!’ (황인숙의 ‘갱년기’)
시나 사람의 말이나 모~두 강한 구호보다는 푸근한 말들이 마음을 끕니다.
위의 두 시는 봄에 대한 시는 아닙니다. 봄을 느끼게 만드는 시도 아닙니다만, 詩도 생각해보고 그렇게 ‘여유롭게 가자’는 거지요...
내리는지 어쩐지 그 정체는 없지만 땅을 보면 이미 내려앉아 있는 봄비가 내리는
아침입니다. 간밤에는 달리는 차바퀴가 땅을 디디면서 내는 마찰음을 통해서 땅이 젖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봄비가 내리고 있다는 것을.
많은 과제물과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서성거리고만 있습니다. 학기는 시작되었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은 ‘맛보기 오리엔테이션’ 기간인 것 마냥 머뭇거리고만 있었습니다. 아직 춥다고 몸이 움츠러든다고, 봄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고 핑계대면서요.
“봄 봄 봄 봄 봄이 왔어요!!” 라고 떠들어야 봄이 온 겁니까? 봄은 순리대로 조용하게 이미 그냥 와 버렸습니다. 시작하세요! 봄 한가운데서의 일상을... <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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